[한마당] 돈을 아는 힘, 금융이해력

입력 2025-04-30 00:40

‘문해력’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면 ‘금융이해력’은 돈을 읽고 다루는 힘이다. 영어로는 ‘financial literacy’.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금융이해력을 “금융 개념과 위험을 이해하고 이를 다양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용해 개인과 사회의 금융 복지를 향상시키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단순히 돈의 흐름을 아는 것을 넘어, 금융 지식과 태도를 실천해 안정적인 삶을 설계하는 능력을 말한다.

요즘은 금융이해력이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역량으로 여겨지며, 학교와 정부에서도 다양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이해력 테스트도 있다. “은행에 100만원을 연 2% 이자율로 1년간 예금하면 이자는 얼마일까?”(정답 2만원) 같은 기본 이자 계산부터, 인플레이션, 대출 이자, 투자 위험 인식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된다. 금융이해력이 높은 사람은 신용카드 이자율과 연체료를 따져보며, 소비와 저축의 균형을 추구한다. 사고나 은퇴에 대비해 비상금과 장기 계획도 준비한다.

청소년기에 금융이해력을 키우는 것은 평생을 좌우한다. 소비와 저축 습관, 신용 관리 능력은 어릴 때 형성된다. 성인이 되면 더욱 중요해진다. 은퇴 준비, 자산 관리, 투자 위험 감수 등 삶의 모든 순간이 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의료비와 장기 요양비 같은 돌발 비용에 대비하려면 체계적인 자산 운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29일 발표한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5.7점으로 2년 전보다 소폭 하락했다. 특히 20대와 저소득층의 점수가 큰 폭으로 낮아졌다. 반면 50, 60대 고소득층의 점수는 오히려 상승해 세대와 계층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 격차가 미래 세대의 불안정성과 사회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돈을 아는 힘은 삶을 설계하는 힘이다. 금융이해력은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모든 세대가 갖춰야 할 필수 생존 능력이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