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모든 이야기는 목적이 있다

입력 2025-04-30 00:35

최근 심리상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심리상담을 문제 해결이나 대화 기술을 배우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심리상담은 단순히 잘 말하는 방법이나 지혜로운 조언을 제공하는 과정이 아니다. 심리상담은 우리 안에 건강한 마음 구조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심리적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알프레드 애들러가 주장한 심리적 목적을 살펴보자. 그는 모든 사람이 화, 실망, 분노 등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심리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목적은 ‘우월하고 싶다’ ‘안전하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편안하고 싶다’는 것이다. 목적이 충족되지 않으면 분노, 좌절, 실망 같은 감정이 따라온다.

중간고사를 끝낸 중학생 딸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한다. “엄마(아빠), 지수네 집에서 오늘 자고 가도 돼요? 지수 부모님이 여행 가셨대요.” 이때 부모들은 아래와 같은 반응 가운데 하나를 할 수 있다.

부모1: “무슨 소리야! 잠은 집에서 자야지. 당장 들어와!” 부모2: “갑자기 이렇게 얘기하면 어떡해! 미리 말했어야지!” 부모3: “그래? 친구랑 놀고 싶구나. 근데 지수 부모님 허락은 받았니?” 부모4: “그래? 네가 알아서 해.”

이런 반응은 단순히 부모의 성격 차이나 대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심리적 목적이 투영된 결과다. 부모1은 ‘우월함’을 추구한다. 자신이 아이보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믿으며, 자녀를 이끌고자 한다. 부모2는 ‘안전’을 목적으로 삼는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불안하기 때문에 계획에 따라 사전에 합의된 방식으로 아이가 행동하길 바란다. 부모3은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 상대의 기분을 맞추고 즐겁게 하려고 한다. 부모4는 ‘편안함’을 추구한다. 아이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스트레스와 갈등을 피하려 한다.

각각의 부모는 자신의 심리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자녀가 친구 집에서 자고 가겠다는 것은 진짜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면 마음이 평온하고 상황이 문제되지 않는다. 그렇지 못한 경우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반응은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다. 부모가 자신의 심리적 목적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딸의 마음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애들러에 의하면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는 타인을 존중하고, 공동체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을 뜻한다. 타인의 삶의 목적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하면 자신의 목적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부모는 자신의 심리적 목적을 파악하고, 딸의 삶과 목적에 관심을 가지며 상호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작은 노력이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

상담은 좋은 대화 기술이나 번쩍이는 지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이론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적 구조에 영향을 줘 심리적으로 성장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다. 심리적 구조의 변화는 개인과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라는 공동체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

이제 곧 5월 가정의 달이 다가온다. 애들러의 이론에 비춰보면 건강한 가족공동체는 효과적 지시나 설득이 아니라 타인과의 협력과 기여로 완성된다. 5월의 첫 주만이라도 자기 목적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들이 원하는 삶과 목적을 이해해 보면 어떨까. 부모는 자녀가 하고 싶은 말의 목적을 찾아보고, 자녀는 부모가 듣고 싶은 말을 한번 해 보면 어떨까. 한 개인이, 한 가정이, 한 국가가 모두 이 원리를 기억할 때 우리는 더욱 건강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