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짬뽕 흉내 낸 짜장면의 결말

입력 2025-04-30 03:04

호박이 수박을 흉내 내려 제 몸에 줄을 그었다. 할머니께서 보더니 “쟤는 왜 갑자기 멍들었냐” 하시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호박은 된장찌개에도 못 들어가 보고 생을 마감했다.

짜장면이 짬뽕 국물이 부러워 짬뽕 국물을 퍼다가 제 몸에 들이부었다. “나도 이제 국물이 있다”고 외쳤지만 사람들은 웬 개밥이냐며 젓가락을 내려놨다.

‘자포자기’에 대한 유머러스한 해석이 있다. ‘자기 것은 포기하고 자기 것이 아닌 것에 기분 내는 것.’

영원할 것 같던 로마 제국의 영광은 점차 무너지기 시작한다. 몰락의 첫 번째 인물이 제17대 황제 콤모두스다. 원기 왕성하고 잘생기고 허영심 많은 콤모두스는 헤라클레스 분장을 하고 스스로 신격화하면서 기행을 펼친다.

검투사로서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실제 경기장에서 검투사로 직접 싸웠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와 검투 대결을 펼친 황제가 콤모두스다. 백 마리 넘는 사자와 코끼리, 하마 같은 맹수들을 투창으로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노예 검투사를 마구 베어서 무려 1만2000명 정도가 죽임을 당했다는 얘기도 있다.

통치를 해야 할 황제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가자 로마 시민들은 황제답지 못한 그를 조롱했다. 콤모두스는 31세의 나이에 근위대 병사들에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후 로마는 큰 혼란이 전개된다.

그 유명한 폭군 네로는 동경해 마지않던 직업이 있었다. 가수가 되는 일이었다. 목청이 좋아지라고 일주일에 한 번은 온종일 파만 먹기도 했고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 구리로 된 판(板)을 가슴에 얹어놓고 자기도 했다. 그는 5000명이나 되는 청년을 모아 박수부대를 만들고, 서기 67년 그 박수부대를 이끌고 그리스 쪽으로 음악 콩쿠르 원정을 떠났다. 돌아올 때 우승 트로피가 무려 1808개나 되었다고 한다.

반란이 일어나 최후의 순간을 맞게 된 순간 네로는 “아, 내가 죽음으로써 아까운 예술가 한 사람을 잃게 되는도다” 탄식했다고 한다. 이 정신 나간 황제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파스칼의 ‘팡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주를 알고 만물을 판단하며 전 국가를 통치하기 위해 태어났던 이 사람이 지금은 토끼 한 마리를 잡는 데 온통 관심이 쏠린 채 정신이 팔려 있다.”

북왕국 이스라엘의 왕 아합은 왕으로서의 소임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엉뚱하게도 나봇의 포도원을 탐내 강탈하면서 몰락해 갔다. 나봇의 포도원은 하나님이 그에게 허락하신 일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모든 미물에게 자신의 길을 주었다.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봄꽃은 남을 닮지 않는다. 자기 빛으로 피어 그리도 밝다. 행복한 컵라면은 짬뽕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미물들도 이러할진대 사람은 더할 나위가 없다. 하나님은 내게 주신 분량만큼 삶을 결산하신다. 거북이에게 토끼 같은 능력이 왜 없냐고 질책하시지 않는다. 주님이 나에게 주신 것, 나에게 하라고 하신 사명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요, 그 일을 이룰 때 하나님이 영광 받으신다.

“아버지께서 내게 하라고 주신 일을 내가 이루어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영화롭게 하였사오니.”(요 17:4)

한재욱 목사(강남비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