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오빌로를 향하여 써 내려간
파피루스 서신은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으로 꽃 피웠다
수리아 안디옥에서 종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의학을 공부하고 헬라 문학에 정통하였던
지적 탐미의 순례자
바울을 통해 복음을 접한 후
바울의 주치의가 되어
선교여행을 떠난 의술과 문학의 벗
한 손에는 진료의 메스를
한 손에는 기록의 붓을 들고
마지막까지 복음을 전한 의사이자
구름 위의 문사
지금도 어느 낯선 거리에서
이 땅의 또 다른 데오빌로를 향하여
푸른 등불을 켜 놓고
파피루스에 글을 쓰고 있는가.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사복음서의 하나인 누가복음과 그 속편이라 할 사도행전의 기록자 누가는 '사랑받는 의원'으로 불렸다. 그의 복음서는 공관복음 가운데서도 '인간 예수'에 초점을 맞추어서 예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후세의 신앙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공적을 이루었다. 누가는 헬라 문학에 정통했고, 의사로서 바울의 지병(持病)을 담당한 주치의이자 선교의 통역자였다. 바울의 제2차 전도 여행에 동행하여 본격적인 선교에 함께했으며, 바울이 순교할 때까지 돌본 겸손과 성실의 표본이었다. 시인은 그가 데오빌로를 수신자로 하여 쓴 파피루스 서신을 기독교 역사의 '꽃'으로 지칭했다. 시인은 '진료의 메스'와 '기록의 붓'을 들고 의사이자 문사로 값진 삶을 살았던 누가가 지금도 또 다른 데오빌로 곧 우리를 향해 '푸른 등불'을 켜놓고 파피루스에 글을 쓰고 있을 것이라 추단했다. 시인이 보기에 누가의 귀한 사역이 '지금 여기'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뜻이다.
-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