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다른 층 캠프에서 방을 빼지 않겠어요?”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차린 국민의힘 한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28일 2차 경선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현재 대하빌딩에는 국민의힘 ‘4강’ 후보 중 세 후보 캠프 사무실이 자리를 잡고 있다. 4층엔 홍준표 캠프, 6층엔 김문수 캠프, 9층엔 한동훈 캠프가 들어서 있다. 29일 국민의힘 경선 선거관리위원회가 2명의 결승 진출자를 발표하면 세 캠프 중 적어도 한 곳은 짐을 싸고 떠나야 한다.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된 지난 14일 이후 여의도에서 가장 붐비는 건물이 된 대하빌딩 1층 로비는 2차 경선 마지막 여론조사가 진행된 이날까지도 캠프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휴대전화를 붙들고 막판까지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한 캠프 관계자는 “한 명이라도 내 사람을 찍어야 한다”며 “차를 사든지 밥을 사든지 잘 설득하라”고 수화기에 대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인사는 “TV토론 다 보지 않았느냐. 이재명 이길 수 있는 사람 우리 후보 뿐이다.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세 캠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지원하는 후보가 본선에 진출할 거라고 자신했다. 김문수 캠프 측 관계자는 “내일이 마지막이 되는 건 아래층(4층)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캠프 측 관계자는 “결과는 봐야 안다”면서도 “그래도 짝수 층에서 방을 빼지 않겠느냐”고 했다. 홍준표 캠프 측 관계자는 “두 명 안에는 무난히 든다”고 자신했다.
직접 캠프 분위기를 파악하러 온 열성 당원도 목격됐다. 800여명이 모여 있는 ‘MZ우파’ 단톡방 참여자라는 30대 여성은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 어느 때보다 투표를 잘해야 할 때라 난생 처음 캠프라는 데에 와봤다”며 “9층부터 쭉 돌면서 기자는 몇 명 있는지, 지지자들은 몇 명 있는지 체크해서 단톡방 내 당원들에게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같은 빌딩에 있어 (분위기) 비교가 쉽다”고 말했다.
같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어색한 만남’은 경선 내내 이어진 장면이었다. 한 경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다른 후보 사무실을 찾은 지지자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대놓고 우리 후보를 욕하면 한마디 할 수도 없고, 참 난처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대하빌딩이 아닌 인근의 맨하탄21 건물에 홀로 캠프를 차렸다. 안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대하빌딩은 역대 한 곳의 캠프만 살아 남았다”며 “3명이 모여 있으니 자연스럽게 2명이 방을 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