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기재부가 왕 노릇” 언급에 민주당 “예산-정책 기능 분리”

입력 2025-04-29 02:01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획재정부 조직 개편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뒤 민주당이 구체적인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기재부 개편 방향은 예산편성권과 경제정책 수립 기능을 분할하는 내용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8일 국회에서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를 열고 기재부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정일영 의원은 “기재부를 비롯한 경제부처 전반을 보다 능동적인 조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검찰 독재에 비견될 정도로 기재부 권한이 절대적”이라며 기재부 분리와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기형 의원도 “기재부가 자신들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안 진다”며 “기재부의 예산과 집행 기능을 쪼개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기재부 ‘대수술’에 동의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기재부가 예산·경제정책 결정권을 모두 쥐고 있는 만큼 권한 남용을 방지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그간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방식을 검토해 왔다. 기획예산처가 국가 예산편성 등을 담당하고, 재정경제부가 국고 수지를 총괄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기재부 개혁과 관련한 대략적인 실행 전략, 로드맵 등이 논의됐다. 하태수 경기대 교수는 “기재부 예산실은 기획예산처로 둬야 한다”며 “예산은 전형적인 행정 자원으로 국무총리가 관리하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또 세입·국유재산·외환 관리 기능은 재정부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기재부 권한을 대통령실에 이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로서 예산을 통한 정책조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논리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책 조정과 예산 기능을 대통령실에 두는 게 투명성과 책무성을 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구체적으로 기재부를 재무부로 개편하고 대통령실 산하에 예산 기능을 수행하는 재정예산수석실을 신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개인의 분노와 증오로 국가의 재정 시스템을 갈가리 찢겠다는 것”이라며 “국가 재정의 안정성, 경제정책의 일관성, 그리고 정부 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