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최후의 2인’ 발표를 하루 앞둔 28일 최고조의 긴장 상태에 이르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자 경선 후보들 사이에서 불편한 기색이 표출된 것이다. 일부 후보들은 경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외부 인사와의 단일화 논의에 시선이 분산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논란의 단초는 권영세 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의 통화였다. 권 위원장이 한 권한대행과 회동이 예정된 정 회장에게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자 홍준표·한동훈 후보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건 맞지만 그 시점이 당 경선이 한참 진행 중인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홍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한 권한대행 등을 겨냥해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장관·당대표가 대선 출마하는 게 상식이 맞느냐”며 날을 세웠다. 이어 “(나는) 당권에는 전혀 관심 없다. 당대표를 두 번 한 사람이 다른 후보들처럼 당권이나 잡으려고 정치하겠느냐”며 “후보가 돼 패배하면 책임지고 바로 정계 은퇴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면 본선에서 지더라도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라는 당 일각의 견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 후보는 단일화 논의 과정에 당 지도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차단하고 나섰다. 그는 앞선 글에서 “나는 2002년 노무현 대선을 꿈꾼다”고 밝힌 데 대해 “국민 전체를 상대로 ‘역선택 방지 조항’ 없이 있는 그대로 경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단일화에 끼어든다고 해도 무슨 권한이 있느냐”며 “토론 두 번 하고 국민 상대로 국민 경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도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경선에서 승리하겠다”며 “승리에 자신 없는 분들이 자꾸 말을 바꿔가면서 조건을 붙여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꾸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그건 패배주의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권 위원장은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가 아닌 민주당 반(反)이재명 인사들과 ‘빅텐트’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 내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보다 우리 당을 지지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도 “야권 원로정치인에게 향후 반명 단일화나 빅텐트 과정에서 우리 당을 도와 달라고 부탁하는 게 뭐가 부적절하고 왜 패배주의인지 잘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반탄파’인 김문수 후보와 홍 후보는 이날 1차 경선에서 탈락한 나경원 의원 캠프 해단식에 나란히 참석해 나 의원을 위로했다. 나 의원 지지층 표심을 감안한 행보라는 평가다. 일찍이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김 후보는 당 지도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구자창 성윤수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