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첫 행보는 ‘통합’… 공세적 중도 확장

입력 2025-04-28 18:58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분향 후 묵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첫 공식 행보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했다. 후보 선출 직후 “제1과제는 국민통합”이라고 외쳤던 이 후보가 보수를 상징하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찾으며 ‘액션’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이어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첨단산업 생태계 육성 방안을 점검했다. 통합과 경제를 기치로 건 공세적인 중도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28일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돌았다. 그는 취재진에게 “지금 가장 큰 과제는 내란을 극복하고 헌정질서와 우리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거기에는 좌우, 진보·보수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발길을 돌려 예정에 없던 박태준 전 국무총리 묘소도 참배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던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박 전 총리는 이후 포스코 초대 회장에 올랐으며 김대중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산업화 시대의 상징적 기업인이자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인사를 기리며 통합과 성장 메시지를 부각하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어사전을 뒤져봤더니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국민을 크게 통합하는 우두머리’라는 의미가 있었다”며 “오늘의 묘역 참배가 새로운 갈등의 도화선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언급도 했다. 또 ‘보수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선거대책위원회 영입도 공식화했다.

이 후보는 오후에는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후보는 “국가 경제라고 하는 게 결국 기업 활동에 의해 유지될 수밖에 없는데, 민생을 책임지는 정치도 경제 성장·발전에 총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 직후에는 “경제 활성화의 주체는 기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연구직 등 일부 직군의 주52시간제 적용 예외 문제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이 후보는 “그런 논쟁적 이슈보다는 실질적으로 기반시설 확보나 세제지원 등 관련 업계에서 당장 필요로 하는 것들을 해결할 필요가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 분야 공약을 공개했다. 반도체특별법의 신속한 제정과 국내 생산·판매 반도체에 대한 최대 10% 수준의 생산 세액공제,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및 반도체 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이 골자다.

경제 성장은 앞으로 한 달여 남은 본선 내내 이 후보의 선거 캠페인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사회적 갈등 역시 심화한다는 게 후보의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송경모 송태화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