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후보가 1호 공약으로 반도체 지원·육성 방안을 제시하며 ‘반도체 생산세액공제’를 약속했다.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반도체 생산액을 기준으로 세액공제해주는 방식으로, 자국 제조업을 키우고 직접 지원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사하다. 국내에서 생산액을 기준으로 한 세액공제 방식이 도입된 사례는 아직 없다.
이 후보는 28일 페이스북에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반도체에 대해 최대 10% 생산세액공제를 적용해 반도체 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며 “반도체는 대표적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일단 격차가 생기면 따라잡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위대한 반도체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특별법’ ‘반도체 RE100 인프라 구축 및 인재 양성’ 등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반도체 매출을 기준으로 세액을 공제하는 제도다. 그동안 반도체 같은 전략기술에 대한 세제 혜택은 투자액을 기준으로 한 방식만 존재했다.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반도체 등 전략산업 제품의 국내 생산·판매분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한국판 IRA’라는 평가가 나오는 건 기업 성과에 해당하는 생산·매출과 연동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점에서 미국 IRA와 닮았기 때문이다. 기존 투자세액공제 방식과 달리 직접 지원 성격이 강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이 합산 9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은 주로 배터리를 공제 대상으로 삼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미국발(發) 관세전쟁 여파로 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는 선제 대응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의 생산과 연구·개발을 촉진해 산업 생태계를 견고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지금 소부장처럼 국내 생산이 부진한 분야에 직접적인 세제 지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이익을 연구·개발 등에 재투자하게 만들어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제 혜택을 노리고 해외 제조 업체가 국내에 진출할 경우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안 전무는 “일본 업체가 국내에 공장을 세워 직접 생산·판매에 나설 경우 한국 중소업체들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며 “한국 기업도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