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구할 수 없다는 ‘관봉권’… 수집가들 “내주는 은행 있다”

입력 2025-04-29 00:11
건진법사 전성배 씨 자택에서 검찰이 압수한 돈뭉치. 비닐로 포장된 겉 면에 한국은행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자택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대해 한국은행과 금융기관이 “개인에게는 절대 흘러갈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시중에선 관봉권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폐 수집가를 중심으로 이를 사고파는 시장도 형성돼 있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관봉권으로 교환해 화폐 수집가에게 판매하는 A씨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관봉권을 얻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개인에게 흘러갈 수 없는 구조’라고 했던 한은과 금융기관의 말과는 거리가 있다.

조폐공사는 새 돈(신권)을 찍어 한은에 보낼 때 이상 없음을 보증하는 의미로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는데 이를 관봉권이라고 한다. 한은은 관봉권을 금융기관(은행)에 보내고, 은행은 이를 출납실에 보관했다가 영업점 요청이 있을 때 반출한다. 개인 고객에게 줄 때는 밀봉을 해제해 계수한 뒤 각사의 띠지로 바꿔 전달한다.

A씨는 “통상은 그렇지만 관봉으로 달라고 하면 주는 곳이 있다”며 자신의 거래처 두 곳(금융기관)을 언급했다. 그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관봉권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지만 (직원과) 안면을 트고 친분을 쌓으면 평상시에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주로 10원 주화부터 1000원권 관봉 등을 판매하지만 건진법사 자택에서 발견된 것처럼 5만원권 관봉도 판매해봤다고 했다. 다만 5만원권의 경우 “관봉으로 받으면 5만원권 100장으로 10묶음이다. 금액이 너무 크다 보니 조금 무리가 갔다”고 설명했다.

화폐 수집가들이 관봉권을 찾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대다수는 일련번호가 좋은 지폐를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지폐에는 7자리 번호가 적혀 있는데, 7자리가 모두 같은 ‘솔리드 노트’ 등은 가치가 높다. A씨는 “비닐로 싸여 나오는 관봉을 ‘떡판’으로 부른다. 좋은 번호 뽑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이런 떡판을 찾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다만 관봉권 ‘분양’ 업자들은 건진법사 자택에서 발견된 관봉권은 화폐 수집가들이 찾는 형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건진법사 집에서 발견된 돈뭉치는 엄밀히 말하면 관봉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봉권은 신권을 지칭하는 말로 공개된 사진 속 돈다발 표지엔 사용권이란 단어가 적혀 있다. 사용권은 금융기관을 통해 유통된 돈이 다시 한은에 들어온 것을 말한다. 다른 관봉권 분양업자 B씨는 “수집가들은 보통 신권을 찾지, 사용권은 찾지 않는다. 다른 목적의 돈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