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질병화는 산업·이용자 모두 위협하는 행위”

입력 2025-04-30 00:05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는 2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게임 질병코드로 불리는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은 메제웍스 대표, 백주선 법무법인 대율 변호사,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이민석 연세대 연구교수, 남윤승 OGN 대표.

국내 게임 질병코드 도입 논의가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국회에서 게임이용장애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 나왔다. 게임이용장애를 도입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게임과 e스포츠 전반에 미칠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는 2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게임이용장애 도입 논란에 대한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좌장을 맡은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게임이용장애 환자 사례를 찾으려 했지만, 명확히 게임만의 문제로 치료받은 경우는 드물었다”며 “게임 과몰입과 일상생활 부적응을 구분하지 못한 채 진단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는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표준질병분류(ICD) 11판에 ‘6C51’란 코드명으로 등재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국내에 도입할지를 놓고 게임 산업계와 보건의료계,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갈등이 계속되자 국무조정실 주도로 민관협의체를 꾸려 관련 연구를 진행했지만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법적으로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백주선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는 “WHO가 규정한 게임이용장애는 병적 행위와 일상적 몰입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며 “특히 한국처럼 게임이 일상적 취미이자 문화 소비 행위로 자리잡은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게임을 즐기는 행위라고 해도 타 문화권과 비교했을 때 정상 범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이 질병화된다면 마약이나 알코올, 니코틴, 도박 중독과 같은 사회적 낙인이 씌워져 취업과 승진은 물론이고 해외 입국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에서 태동해 세계로 확산된 e스포츠 분야 역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민석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연구교수는 게임 과몰입 문제를 단순히 게임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개인적·사회적 배경을 함께 들여다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e스포츠 아카데미에서는 수천 명의 청소년들이 프로게이머를 꿈꾸며 훈련하고 있다. 게임이 진로로 인식되면서 덩달아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게임 질병화는 산업, 선수 육성, 교육 모두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남윤승 OGN 대표는 1970년대 ‘정병섭 군 자살 사건’ 이후 벌어진 만화산업 탄압 사례를 언급하면서 “게임이 중독으로 분류되면 게임 광고, e스포츠, 방송 시장까지 적잖은 타격을 받아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게임 질병코드 도입 저지에 한목소리를 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확실한 인과관계 없는 상황에서 게임을 질병으로 등재할 경우 문화 산업 다방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질병코드가 한 번 도입된다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크다”고 밝혔다.

김성회 민주당 의원도 “중독 여부는 개인 차원 문제”라면서 “게임에 중독 잣대를 들이미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은 “게임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다짜고짜 규제하려고 한다”면서 “이용자와 산업 모두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