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거리의 벽화부터 나이키, 유튜브, BMW, 애플의 협업까지. 세계를 누비며 대담한 일러스트를 선보여 온 호주 출신 캐릭터 아티스트 브롤가(Brolga)가 서울에 상륙했다. 브롤가는 서울을 캔버스 삼아 스케이트보드를 탄 캐릭터 ‘스티지(STEEZY)’를 펼쳐내고 있다. 8m 높이의 대형 캐릭터 조형물 ‘스티지(STEEZY)’가 서울 성동구에서 첫선을 보인 25일, 브롤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롯데백화점이 선보이는 ‘LTM(롯데타운 명동)’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브롤가에게 서울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그는 “서울은 전통과 현대가 부드럽게 겹쳐진 도시”라고 말했다. 서울에 대한 그의 감상은 이번 작품 ‘스티지’에도 녹아들었다. 브롤가는 “명동뿐 아니라 청계천, 남산타워, 경복궁 같은 상징적인 장소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티지’라는 이름에도 공을 들였다. 스케이트보드 문화에서 유래한 ‘Steezy’(style+easy)는 어려운 기술을 힘들이지 않은 듯 멋지게 소화하는 태도를 뜻한다. 브롤가는 “서울의 MZ세대는 음악, 패션, 아트까지 세계를 이끌고 있는데 그걸 정말 자연스럽고 쿨하게 해낸다”며 “그 에너지를 캐릭터에 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업은 브롤가에게도 특별했다. 아내가 한국인인 그는 서울과 제주를 여행하며 한국 특유의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체감해왔다. 브롤가는 “제주에서는 귤 과수원 가까이서 머물며 현무암 풍경을 감상했고, 서울에선 옛 골목길 간판과 한글의 조형미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작업해온 그는 스티지 디자인에도 ‘한글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핑크빛 스티지의 몸을 따라 파란색 한글이 리듬감 있게 새겨져 있는 식이다. 브롤가는 “호주에서도 롯데는 호텔을 통해 꽤 잘 알려진 브랜드”라며 “협업 소식에 장모님이 무척 기뻐하셨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호주의 광활한 대지를 누비며 자란 브롤가는 훗날 뉴욕 곳곳에 밀가루 풀로 만든 페이스트와 벽화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캐릭터들은 스케치북을 떠나 도시의 골목을 채우며 일상의 일부가 됐다. 감각적인 그의 작품은 20~30대를 중심으로 환호를 받고 있다.
‘걷는 도시, 사람들이 가득한 곳은 거리 예술을 펼치기에 완벽한 무대’라는 브롤가의 예술은 오는 30일부터 한 달간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서 펼쳐진다. 롯데백화점의 ‘LTM 아트 페스타’가 진행되는 동안 세계에서 가장 쿨한 서울의 젊은이들과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을 맞이하게 된다.
브롤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아시아 시장을 향한 기대도 드러냈다. 그는 “20대 시절 일본 도쿄에서 1년간 머물며 아시아 특유의 캐릭터 팬덤 문화를 체감했다”며 “미피, 무민, 피너츠처럼 언어를 넘어 감정으로 통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작은 캐릭터들이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에 닿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