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T ‘유심 오픈런’… 대기업답지 않은 안일한 일 처리

입력 2025-04-29 01:10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고객들이 28일 서울 마포구 SKT 대리점을 찾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최현규 기자

해킹으로 정보 유출 사고를 당한 SK텔레콤(SKT)이 휴대전화 유심 무료 교체를 시작했으나 고객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의 서버가 해커에 의해 뚫린 것도 심각한데 후속 조치는 대기업의 일 처리라 볼 수 없을 정도로 안일하고 늦다.

28일 시작된 유심 무상 교체는 SKT가 자체적으로 해킹 피해를 인지한 지 열흘, 해킹 사실을 언론에 알린 후 6일 만에 나온 늑장 대응이다. SKT는 사고 직후 바로 고객에게 문자 등으로 사실을 알리고 ‘유심보호서비스’ 등을 안내해야 했으나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이마저도 로밍 서비스를 해제해야 가입이 가능해 고객들의 불편은 가중됐다. 처음부터 유심 교체에 적극적이지 않다가 가입자의 불만이 폭발하자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지만 극심한 물량 부족으로 한 번 더 고객의 화를 돋웠다. 알뜰폰 포함 SKT 가입자는 약 2500만명인데 당장 확보된 유심 물량은 100만개 밖에 안 된다니 어느 세월에 교체가 이뤄질 것인가. 불안한 가입자들은 대리점에 ‘유심 오픈런’을 해야 했고, 온라인 예약시스템은 접속자 폭주로 중단되기도 했다. 속히 대책을 마련해 이들의 불편을 덜어 줘야 한다.

게다가 아직도 구체적인 해킹 경로나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커가 탈취한 정보가 넘어가면 유심 정보를 복제한 칩을 다른 휴대폰에 탑재해 원래 휴대폰 주인의 명의를 도용하는 ‘심 스와핑’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 SKT는 아직 2차 피해는 없다지만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대형 사고 가능성을 우려해 임원 수천 명에게 유심 교체를 지시했다. 마침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알뜰폰이 개통돼 은행 계좌에서 5000만원이 빠져나갔다는 SKT 고객 피해가 알려져 소비자는 불안하다. SKT는 서둘러 피해 원인과 규모를 파악해 가입자의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