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삼킨 ‘메이드 인 차이나’… 관세 부메랑 맞는 美소비자

입력 2025-04-28 18: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시립공항 활주로에서 워싱턴DC로 돌아가는 전용기 탑승을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알람시계의 99%, 토스터 99%, 유모차 97%, 텀블러 96%, 냄비·프라이팬 82%, 부엌칼 82%, 도자기 식기 80%, 믹서기 79%, 가위 79%, 벽시계 75%….”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소비되는 일상용품 가운데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조사해 보도한 내용 중 일부다. NYT는 “미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져 이제 중국산 제품이 없으면 국경일과 각종 기념일조차 축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미국 가정의 필수 일상용품 대부분이 중국산”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수십년간 제조업 성장에 올인하면서 현재 중국산 공산품은 미국 독일 일본 한국 영국 등 선진 공업국의 제조물량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이 생산되고 있다. 1970년대 처음 서방에 문호를 개방한 중국은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를 기점으로 대미 최대 공산품 수출국이 됐다. 처음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의류와 저가 생활용품 시장을 장악하더니 이제는 유아용품, 철강제품, 전자기기, 시계, 컴퓨터, 골프채와 테니스 라켓 등 스포츠용품 시장까지 장악한 상태다.

미국의 중국 상품 의존도는 보통 서민 가정의 주방에서 제일 먼저 확인된다. 가정용 토스터의 거의 전량이 중국산이고 프라이팬과 냄비, 국자, 접시, 숟가락, 포크까지 대다수가 중국산이다.

TV와 세탁기, 냉장고,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선 한국산과 일본산, 미국산이 아직까지 버티고 있지만 이 영역에서도 중국산 비중이 10~30%에 달한다. 특히 애플 아이폰의 대부분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중국에서 생산된다.

NYT는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145%에 달하는 관세는 대부분의 제품에 대한 수입을 차단할 수 있는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더 비싼 제품이 나올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경제학자들은 불어난 수입 비용의 대부분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중국에 부과한 고율관세가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미국 소비자를 강타한다는 뜻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가 상품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온 중국의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 쉬인이 미 정부의 ‘소액 면세 제도’ 폐지를 앞두고 의류에서 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 대부분을 크게 올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항목별 가격 인상률이 30~50%에 달하고, 키친타월의 경우 377%나 폭등했다.

이달 초 트럼프가 800달러(115만원) 이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다음 달 2일부터 중국과 홍콩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800달러 이하 상품에도 높은 관세가 적용된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