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네 슬롯 리버풀 감독이 부임 첫 시즌 만에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전임 감독의 사임으로 어수선한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고 전술 역량을 입증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전통 명가’로서 리버풀의 유산을 지켜냈다.
슬롯 감독은 28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24-2025 EPL 토트넘과 34라운드 홈 경기에서 리버풀의 5대 1 대승을 이끌었다. 승점 82를 쌓은 리버풀은 2위 아스널(승점 67)과 승점 격차를 15로 벌리며 잔여 4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2019-2020시즌 이후 5시즌 만의 우승이자 통산 20번째 1부리그 우승으로, 리버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리그 최다 우승팀에 등극했다.
슬롯 감독은 경기 후 열린 우승 자축 현장에서 팀의 정체성이었던 전임 감독을 떠올렸다. 그는 “오직 위르겐 클롭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클롭이 남겨준 이 훌륭한 클럽이 트로피를 차지했다는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1년 전 클롭 감독이 후임자를 맞기 위해 불렀던 헌정곡도 그대로 되돌렸다. 오스트리아 5인조 밴드 오퍼스의 ‘라이브 이즈 라이프’(Live is life) 후렴구를 ‘위르겐 클롭’으로 바꿔 불렀다. 이는 클롭 감독이 지난해 마지막 홈 경기에서 같은 곡을 ‘아르네 슬롯’으로 개사해 불렀던 것의 오마주였다.
2019-2020시즌 지도자로서 첫발을 뗀 슬롯 감독은 페예노르트(네덜란드)의 리그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준우승 등을 이끌었다. 그리고 올 시즌 리버풀에 부임하자마자 EPL 우승을 이루며 성공적인 지도자 경력을 이어갔다.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큼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네덜란드 출신 감독이 EPL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슬롯 감독이 최초다. EPL에서 부임 첫 시즌에 우승을 이끈 5번째 사령탑으로도 이름을 남겼다.
슬롯 감독은 올 시즌 ‘조용한 리더십’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10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클롭 감독이 떠난 후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고 기존 선수들을 위주로 전술 개선에 힘쓰며 팀에 드리운 그림자를 빠르게 걷어냈다.
대형 영입 없이도 선수들의 공격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리버풀의 간판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대표적이다. 살라는 올해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슬롯 감독의 지휘 아래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올 시즌 리그 28골 18도움을 올려 득점왕·도움왕 동시 석권을 목전에 뒀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