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출범 100일을 맞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질서와 경제에 극심한 혼돈을 안겼다. 무차별 관세 전쟁과 자국우선주의 기조, 널뛰기 정책 에 많은 국가들은 경악했다. 특히 지난해 경제성장의 95%를 수출에 의존해온 대한민국은 자유무역 기조 훼손에 따른 타격이 어느 나라보다 크다. 1분기 한국 경제는 3분기 만에 역성장하고 올해 성장률의 큰 폭 하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재계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무역의 불확실성을 넘어 재도약하려면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산업 대개조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정치권이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외풍에 취약한 한국 경제의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관세 충격으로 이달 1~20일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4.3%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0%로 전망했는데 3개월 만에 1% 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하락폭이 미국과 극한의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0.6% 포인트)을 뛰어넘는,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다. IMF는 또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 진입 시점도 6개월 만에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늦췄다. 세계 최고의 ‘저출생 고령화’로 생산성 하락이 걱정되는 판에 수출마저 막힐 경우 성장이 요원해질 수 있다고 봤다. AI 경쟁력 강화를 서두르는 등 ‘퍼스트 AI’ 전략이 필요하다는 재계의 주문은 이런 점을 고려했다.
재계는 AI를 앞세운 새 성장 모델을 만들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강점인 세계적 수준의 첨단 제조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우선적으로 AI를 활용하자고 했다. 수출 의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도 잇따랐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국회에서 제시한 ‘한류를 활용한 소프트 파워 강화’ ‘환경이 유사한 일본과의 경제 연대 강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11년째 묶인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를 돌파하고, 저성장 고착화를 타개하려면 경제 전쟁의 최일선에 있는 기업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AI 강화와 우리 경제의 지평 확대는 이념이 아닌 생존의 영역이다. 새 정부가 출범 후 기업과의 교감과 파격적 산업 정책 수립부터 시작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