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대행 출마 가시화… 국민이 납득할 명분 내놓아야

입력 2025-04-29 01:30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가시화했다. 손영택 비서실장이 28일 사표를 제출했고, 핵심 참모들 역시 대선 캠프를 꾸리기 위해 조만간 사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권한대행직에서 물러나 선거판에 뛰어들리란 전망이 유력하다. 그럴 경우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대행의 대행’ 체제가 다시 시작된다. 파면된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하던 이가 스스로 그것을 접고, 선거 관리의 책임을 지던 이가 직접 선거에 뛰어드는, 모든 것이 초유인 상황이 예고됐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기에 의아함과 우려가 담긴 시선이 한 대행의 거취를 주시하고 있다. 만약 그가 출마를 강행한다면, 무엇보다 왜 그래야 했는지를 유권자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 대행 출마론은 ‘차출’이란 표현과 함께 국민의힘에서 처음 제기됐다. 안정적 이미지와 행정 경험을 가진 그가 보수 후보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조기 대선을 초래한 윤석열정부의 2인자이며 정치 경험이 없다는 한계, 당내 경선이 이미 진행 중인 현실적 제약에도 가라앉지 않던 차출설은 어느덧 현실화를 목전에 뒀다. 이는 국민의힘이 당면한 선거의 열세를 넘어 근원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음을 말해준다. 체질 개선과 비전 제시를 통해 수권 능력을 어필하기보다 외부 수혈의 인물론으로 쉬운 길을 가려는 정치공학적 사고에 그만큼 젖어 있다. 경선에서 누가 선출되든, 한 대행과 단일화 과정을 거쳐 누가 뽑히든, 국민이 원하는 변화와 개혁의 역량을 입증하지 못하면 선거판에서 파괴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 대행이 비상시국의 국정 책임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면, 역시 유권자가 던질 여러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를 부른 윤석열정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가, 고질적 진영 대결의 정치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재도약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꿔낼 것인가. 한 대행은 보수와 진보 정부를 넘나들며 총리를 비롯해 고위직을 지냈다. 87년 헌법의 승자독식 권력구조가 국정과 민생에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체감했다. 오랜 세월 모두가 말했지만 아무도 하지 못했던 개헌의 당위성을 어떻게 설득하고 완수해낼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타당성과 진정성이 담기기를 바란다. 이는 비정상의 정부를 몇 달째 견뎌온 국민에게 다시 돌연한 상황을 안기는 공직자가 갖춰야 할 예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