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자녀 양육 전문가 오은영 박사는 ‘부모에게 아이는 미래의 희망이고 아이에게 부모는 우주이다’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세상을 배웁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부모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봅니다. 근대 교육의 철학적 토대를 놓은 존 로크는 ‘이제 막 태어난 인간을 백지상태(tabula rasa)와 같다’고 했습니다. 부모는 백지 같은 아이 마음에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릴 수도 있고 혹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그려놓은 밑그림 위에 자신만의 색을 덧칠하면서 성장합니다.
성경은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흰 종이와 같은 아이의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을 새겨놓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신 6:6~7)
흔히 ‘쉐마 이스라엘(이스라엘아 들으라)’이라고 불리는 이 말씀은 부모가 어렸을 적부터 자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부지런히, 또 시시때때로 가르쳐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강조하는 것일까요. 아이가 어렸을 적부터 바람에 스쳐 가듯 부모에게 들었던 하나님 말씀이 아이의 마음속 도화지 위에 밑그림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릴 적부터 하나님의 이름을 마음에 품고 사는 아이들은 평생 힘들 때마다 하나님께로 나아갈 줄 아는 신앙인으로 자라납니다.
이렇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데도 그 누구도 부모의 역할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저 나의 부모님이 보여준 대로 최선을 다해 부모 노릇을 해보려고 하지만 욕심이 앞설 때가 많습니다. 욕심은 우리를 눈에 보이는 것에 매달리게 만들어 쉽게 아이들을 위해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착각하게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해주는 비싼 밥이 아니라 사랑을 먹고 자라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좋은 옷을 입혀줄 때 빛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진심 어린 칭찬을 해줄 때 반짝입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소유한 집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품 안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부모가 되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끝까지 희생할 수 있는 사랑,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끄집어내어 칭찬해줄 수 있는 따뜻한 시선,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좀 모나고 부족해도 품어줄 수 있는 이해심. 좋은 인간됨을 위한 선한 성품들이 부모됨을 위한 밑바탕입니다.
이렇게 보면 결국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예수님을 사랑하고 자랑하며 예수님을 닮으려고 애쓰는 사람입니다. 예수께서는 갈릴리의 따가운 햇볕에 시꺼멓게 그을린 베드로를 ‘반석’이라고 칭찬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딱 절반만큼만 우리의 자녀들을 칭찬해도 우리 자녀들은 무너지지 않는 자존감을 갖고 살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자신을 못 박던 이들까지도 용서하신 예수님의 반 만큼만 용서하고 살아도 우리의 자녀들은 용서받는 은혜를 배우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곧 어린이날입니다. 이 땅의 어린이들은 모두 누군가의 아들, 딸입니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부모 된 우리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존귀한 한 아이의 마음속에 어떤 그림을 남기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욕심부리기 전에 아이들 앞에서, 하나님 앞에서 선한 그리스도인,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고 노력하면 어느새 자녀의 마음속에는 ‘나의 부모님’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져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자녀 앞에서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좋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길 소망합니다.
대전·세종 산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