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기 침체’ ‘관세 전쟁’ 이중고 앞에 놓인 해운업계 지원을 위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25% 상호관세가 현실화해 중소 선사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재원을 즉각 가동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상호관세 부과로 수산물 수출이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미국의 수요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해운산업 위기대응펀드 2조원과 해운선사들 지원을 위한 5000억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관세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총알’을 준비해뒀다”고 밝혔다.
재원 투입은 미국발 관세 전쟁이 일으킨 물류비 하락세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한 조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 동·서부행 컨테이너 운송비용은 20피트 컨테이너 2개(2TEU)당 각각 617만원, 535만원이다. 미국 동·서부행 물류비가 동시에 650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이다. 강 장관은 “상호관세 발효 전에는 ‘밀어내기’로 물동량이 유지될 것으로 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하방압력’이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상호관세가 발효된다고 해도 미국 지역으로의 수산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수요가 많은 미국에선 김이 생산되지 않고 한국에서만 김이 난다”라며 “미국 소비자들이 김·조미김을 원하는 만큼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25% 상호관세가 시행돼 가격 경쟁력이 위협받더라도 미국 현지에서의 높은 수요가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 전쟁의 핵심 당사자인 미·중 간 갈등이 당장 해운 분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30일~5월 1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해양관계 장관회의에는 쑨 수시엔 중국 자연자원부 차관, 맷 머레이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참석한다. 강 장관은 “이번 회의는 해운·조선 분야 ‘비즈니스’ 논의를 하는 자리”라며 “서로 치고받고 할 사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해구조물 설치를 놓고 중국과의 신경전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한·중은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에 3개의 구조물을 설치한 점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강 장관은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안을 관계부처와 논의해 대응할 계획”이라며 “(우리도) 합당한 비례 대응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해양 정책 기조의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다를 모르는 국가가 선진국이 된 경우는 없다”며 “어촌 살리기, 스마트 어업·양식, 녹색해운항로, 스마트항만 등 모두가 초당적인 정책들”이라고 말했다. 정권 교체 후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논의에 대해선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세종=글 신준섭 김윤 기자, 사진 권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