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경선은 ‘이재명’으로 시작해 ‘이재명’으로 끝났다. 출발선에서부터 형성됐던 ‘이재명 대세론’은 89.77%라는 전례 없는 득표율로 막을 내렸다. 경쟁자였던 김동연·김경수 후보는 “우리는 한 팀”이라며 협력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27일 마무리된 민주당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각각 90.32%, 89.21%를 얻어 경쟁자들을 큰 차이로 제쳤다. ‘구대명’(90%대 득표율로 후보가 되는 이재명) 관측이 현실화한 셈이다.
‘당심’은 초지일관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 19일 충청권(88.15%)을 시작으로 영남권 90.81%, 호남권 88.69%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수도권·강원·제주 경선에선 가장 높은 91.54%가 몰렸다. 2·3등인 김동연(5.46%) 김경수(3.01%) 후보를 합해도 이 후보 득표율의 10분의 1이 채 안 됐다. 이 후보는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98.69%라는 기록적 득표율을 올렸다.
‘민심’ 또한 이 후보를 향했다. 이 후보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89.2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각각 7.77%, 3.03%를 득표한 김동연·김경수 후보에 크게 앞선 수치다.
이 후보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4차 합동연설회 직후 당선자로 공표되자 단상에 올랐다. 김경수·김동연 두 후보와 맞잡은 손을 들어보인 그는 허리 숙여 청중의 환호에 화답했다.
이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정치를 시작한 계기로 시립병원 설립운동을 꼽았다. 그는 “주권자가 맡긴 권력으로 주권자의 의지를 꺾고 국민의 혈세로 국민을 공격하는 반정치, 반민주주의를 내손으로 극복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돌렸다. 이 후보는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얼마나 괴로우셨느냐. 그간 얼마나 간절하셨느냐”며 “그 뼈아픈 패배의 책임자, 저 이재명을 여러분이 다시 일으켜 세워 주셨다”고 감사를 전했다.
당내 통합과 압도적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한 경쟁자들을 향해선 손을 내밀었다. 이 후보는 “이제부터 김동연의 비전이 이재명의 비전이고, 김경수의 꿈이 이재명의 꿈”이라며 “더 단단한 민주당이 돼 ‘원 팀’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비교적 큰 표정 변화 없이 연설을 시작한 이 후보는 중간중간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시울과 코끝을 붉혔다. 수락연설을 마친 후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고양=송경모 김승연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