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서버 해킹에 따른 스마트폰 유심 정보 유출 사고로 가입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용자가 유심을 바꾸려고 해도 SK텔레콤 직영점과 대리점은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만 내걸었고, 명의 도용 방지 서비스는 트래픽이 몰리면서 주말 내내 접속조차 어려웠다. 이용자 불안이 커지자 SK텔레콤은 자사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고도 해킹 피해가 발생할 경우 ‘100%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7일 서울 동대문구의 SK텔레콤 대리점에는 ‘유심 재고 없습니다. 월요일 입고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강남구의 대리점 문 앞에도 ‘유심 모두 소진’이라는 공지가 있었다. 대리점 직원은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방문하면서 유심 재고가 동이 났다”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겨우 재고가 있다는 곳에 왔는데 20명 넘게 기다리고 있다”는 등의 후기가 쏟아졌다. SK텔레콤이 28일부터 전국 매장 2600여곳에서 전 고객에게 유심을 무상 교체해주고, 19~27일 자비로 유심을 바꾼 가입자에게 비용을 돌려준다고 발표하면서 선제적으로 유심을 바꾸려는 수요가 몰린 탓이다.
문제는 28일 이후에도 매장마다 유심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SK텔레콤 대리점 직원은 “월요일에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직영점 직원도 “다음 주 받을 유심 수량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입장문을 내고 “현재 유심 100만개를 보유하고 있고, 다음 달 말까지 500만개를 추가 확보하겠다”며 “온라인 예약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기 어려운 가입자에게는 유심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신분증을 통한 본인 인증이 필요해 대면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를 사칭해 가짜 유심을 보내면 보이스피싱 등 피해 위험이 있다. SK텔레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도 무상으로 유심을 바꿀 수 있지만, SK텔레콤 측에는 고객 정보가 없어 직영점, 대리점에선 교체할 수 없다. 회사 관계자는 “각각의 알뜰폰 사업자가 정하는 방식으로 교체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출된 유심 정보로 명의가 도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서비스에도 접속자가 몰렸다. 명의 도용 방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 간편인증 애플리케이션 PASS(패스)와 카카오뱅크 앱,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엠세이퍼 홈페이지는 “사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접속이 지연됐다.
SK텔레콤은 유심보호 서비스와 유심 교체로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가입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유심 복제로 명의를 도용해 금융 자산을 탈취하는 ‘심 스와핑’ 범죄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안 학계 관계자는 “심 스와핑이 발생하면 2년 전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유심보호 서비스 가입 및 유심 교체 조치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조민아 박민지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