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2기를 시작하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즉 ‘두 개의 전쟁’을 빠르게 끝낼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곧 100일을 맞는 지금까지 해법을 찾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켰다. “취임하면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제재를 경고하며 강경한 태도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전부터 두 개의 전쟁을 끝낼 중재자를 자처하며 초강대국 미국의 힘으로 교전국 간 양보를 끌어내는 방식의 협상을 추진했다. 동맹국들과 연대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러시아를 압박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전혀 다른 해법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더 많은 양보를 강요받은 쪽은 전황이 열세인 우크라이나였다.
트럼프는 지난 2월 푸틴과의 전화 통화로 평화협상 추진을 약속한 뒤부터 우크라이나에 상대적으로 큰 양보를 요구했다. 지난 2월 말 백악관을 찾아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은 빠지겠다”고 소리치며 겁박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무기·정보 지원 중단으로 우크라이나를 위협했고 젤렌스키로부터 사과를 받아냈다. 지난 17일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지배권을 인정하고 2022년 개전 이후 현재까지 형성된 전선대로 양국의 영토를 확정하는 종전안을 우크라이나·영국·프랑스·독일 외무장관에게 제시했다.
가자지구에서도 트럼프식 힘을 통한 평화 해법이 추진되고 있다. 트럼프는 정식으로 취임하기도 전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특사를 보내 6주간 휴전하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가자지구 휴전은 성사됐지만 6주간 진행된 뒤 지난달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공격을 재개하면서 연장되지 못했다.
절친한 사이인 네타냐후마저 트럼프의 통제력 밖으로 벗어나기 시작한 셈이다. 트럼프는 지난 7일 상호관세 협상을 위해 백악관을 찾아온 네타냐후에게 “우리는 매년 수십억 달러씩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며 면박을 주고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푸틴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트럼프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차 방문한 바티칸에서 젤렌스키와 독대한 뒤 대러시아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서 “푸틴은 지난 며칠간 (우크라이나) 민간 지역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었다. 아마도 그는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은행, 혹은 2차 제재를 통해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는 엑스에서 트럼프와의 독대에 대해 “좋은 회동이었다”며 “논의된 모든 것에 대한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