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열흘 만에 북미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 642억원(4533만 달러), 시네마 스코어(관객 설문) 최고 등급 A+ 달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제작사 모팩스튜디오(대표 장성호 감독)가 만든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에 관한 기사 머리말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불모지인 한국에서 제작된 K애니메이션, 성경을 주제로 한 이야기 등 우려 요소가 더 많았던 작품이 대역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역 장성호(54) 감독은 최근 북미 지역 홍보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영화는 7월말 국내 개봉 예정이다. 그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돌이켜보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주님이 함께하지 않으셨다면 절대 이룰 수 없었다”는 말부터 전했다.
누구나 재밌게 이해할 예수님 이야기
장 감독은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예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 1934)’에서 영감을 받았다. 디킨스의 작품은 말썽꾸러기 막내아들에게 진정한 왕이 누구인지 이야기해 주며 시간여행을 떠나는 구조다. 장 감독은 특히 디킨스가 생을 통해 보여준 모습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디킨스가 영국 국민에게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서민을 위해 수많은 낭독회를 했다는 점입니다. 그냥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니라 배우가 연기하듯 생동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죠. 어린 아들에게 예수님 얘기를 실감 나게 전해줄 땐 아이가 이야기 세상에 빠져든 것처럼 반응했다고 해요. 교회 한 번 안 가보고, 성경 한 번 안 읽어 본 사람도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지요.”
2015년 시나리오 집필을 시작해 5년 이상 몰두했다.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목회자, 예일대 총신대 소속 신학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과 함께 성경적 오류를 점검하고 언어·문화적 장벽을 넘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디즈니 출신 작가와도 협업했다.
역경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장 감독은 한국영화계 시각특수효과(VFX) 1세대로,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 ‘해운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 수백 편의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렸다.
그러나 그 역시 투자 확보의 어려움은 피할 수 없었다. 한국 애니메이션 저평가, 종교 콘텐츠 투자 기피, 코로나19로 인한 투자 심사 중단 등 수많은 걸림돌에 제작은 멈춤과 재시작을 반복했다. 오랜 기도와 인내의 결실은 10년 만에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할리우드에서 맺어졌다. 영화 '듄'의 오스카 아이삭이 예수 역을 맡고, '007시리즈'의 피어스 브로스넌이 본디오 빌라도 역 더빙에 참여하는 등 스타 배우들이 출동했다.
장 감독 스스로 "자신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성공을 거둘 줄은 몰랐다"고 고백할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다. 현지 영화계에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북미 티켓 수입(약 767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 의미 있는 건 상영 국가 수다. 킹 오브 킹스는 현재 50여개국에서 상영 중이다. 올해 연말까지 개봉이 확정된 국가를 포함하면 90개국에 달한다. 역대 박스오피스 1위인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상영국은 60여곳이었다.
경계 넘은 문화 선교…숫자 넘어선 감격
장 감독은 "기록보다 대중의 반응에서 더 감격한다"고 했다. 간혹 성서 원칙론자들이 영화 속 표현을 두고 '성경을 곡해했다'고 비판하면, '일반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식이라 괜찮다'는 반박 댓글들이 달린다.
삼일교회 집사인 그는 "인도 파키스탄 등 이슬람교 힌두교 문화권에서도 관심을 갖는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상영 협의 중인 곳을 포함하면 총 120여개국에서 개봉하게 된다. 영화 산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록들 속에서 그가 찾는 의미는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 밭에 복음의 씨앗이 하나라도 뿌려지는 거예요. 영화가 그 역할을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죠. 제2, 제3의 킹 오브 킹스를 위한 투자, 사명감 있는 크리스천 전문가의 진입, 수준 높은 작품이 선순환될 때 비로소 성경적 콘텐츠가 '문화선교의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