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제조기업 절반 이상 “올해 공급망 나빠질 전망”

입력 2025-04-28 00:22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국내 수출 제조기업의 절반 이상은 올해 공급망 조달 여건이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대책을 마련한 기업은 극소수다. 국제 협력 확대와 실효성 있는 정책금융 지원 등 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7일 발표한 ‘트럼프 2기,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우리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중 양국의 수출통제 범위가 국경 밖으로 확대되며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통해 자국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수출하는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고 있다. 중국도 지난해 말 제3국 기업을 통제하기 위한 이중용도 품목(민간·군사용으로 동시 사용 가능한 물품)의 역외 적용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 지난달엔 외국 기업이 미국 제재에 협조하면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특히 탄화텅스텐, 희토류 금속 등 첨단산업 활용도가 많은 핵심 광물에 대한 제재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수출 제조기업의 심리는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추세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5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9.2로 2020년 8월(74.9)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역협회 조사에서도 제조기업의 53.4%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글로벌 공급망 조달 여건이 작년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달 상황이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라는 답은 41.4%였으며 ‘개선될 것’이라는 답은 5.5%였다. 반면 공급망 위기 관련 대응책을 수립한 기업은 2.4%에 그쳤다.

기업들은 가장 큰 애로로 환율 변동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63.4%)을 꼽았다. 원자재·중간재 수급(42.4%), 중국 수출통제에 따른 통관 지연(24.9%) 등이 뒤를 이었다. 필요로 하는 지원 정책으로는 정책금융 확대(60%), 수급처 다변화 지원(42.3%) 등을 택했다. 진실 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인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 수출처와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외국 제재 준수에 대한 전문가 판단 등 가이드라인 지원, 타국 제재 불이행 시 불이익에 대한 보상 체계 마련 등의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