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은 2025년 봄, 365일 24시간 소아 진료를 시작했다. 원래 진료가 없던 평일·주말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9시까지도 병원 문을 여는 ‘24시간 친구 클리닉’이다.
아이들은 언제 아플지 알 수 없기에 부모들이 아이가 아플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병원이 되고자 하는 책임감에서 내린 결심이었다. 최근 대학병원 응급실이 중증·희귀질환자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경증과 중등증(중간 정도) 질환의 진료는 점차 어려워졌다. 휴일이나 새벽, 아이가 갑자기 고열이나 호흡곤란을 겪을 때 부모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병원 앞에서 불안해하는 상황을 자주 봤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아이들의 건강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우리 병원이 앞장섰다. 물론 현실적 어려움도 많았다. 아직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구체적 지원이 미비한 상황에서 24시간 병원을 운영하는 일은 많은 의료 인력과 시스템적 부담을 의미했다. 의료진과 직원들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아야 했다.
얼마 전 24시간 친구클리닉에 경기도에서 급히 찾아온 아이가 있었다. 컹컹거리는 심한 기침으로 점차 숨쉬기 어려워하는 ‘크룹’ 환자였다. 자칫 기도 폐쇄로 이어질 위급한 상황이었으나 신속한 진료와 입원 치료로 아이는 무사히 퇴원했다. 또 생후 2개월 된 신생아는 단순 감기처럼 보였지만 철저한 검사 끝에 요로 감염을 발견했고 즉각적인 치료 덕분에 빠르게 안정돼 부모 품에서 다시 웃을 수 있었다.
이런 사례들은 단순한 응급 진료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 병원은 경증부터 중등증 환자까지 검사, 처치, 입원이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부모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친구 같은 병원’을 지향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나는 믿는다. 이 뜻에 공감하고 함께 할 동료들이 늘어나고 사회와 제도도 점차 이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소아과 의사로서 오늘도 다시 다짐한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 아이들 건강을 위한 우리의 작은 시작이 내일은 더 많은 아이에게 희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전문병원협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