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무리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단 한 차례의 역전이나 이변도 없었고, 그런 만큼 국민들의 관심도 끌지 못했다. 예상대로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이 후보는 충청, 영남, 호남에 이어 어제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제주 경선에서도 일제히 압승해 최종합계 89.77%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당 대표 연임을 결정지은 전당대회 때 85.40%로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본인이 본인 기록을 또 깬 것이다.
이번 경선은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다른 후보들이 워낙 약체여서 경선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보다는 이 후보 1인한테 경도된 당내 권력지형을 재확인하는 통과의례였을 뿐이다. 계엄 사태에 따른 정권교체의 열망이 커진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이 정도의 ‘싹쓸이’는 다양성과 견제와 균형을 중시해온 민주당에선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는 일찌감치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이 후보가 2022년 8월 당대표가 된 뒤 지금껏 ‘이재명 일극체제’는 위험 수위에 다다를 정도로 계속 강화돼 왔다. 지난해 총선 때는 ‘비명계 공천 학살’이 있었고, 지도부에선 강성 친명계가 득세했다. 당 공식회의에서 ‘민주당의 아버지’ 발언이 나오기도 했고, 이 후보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 강성 지지층의 공격이 뒤따랐다. 그런 분위기에선 다른 정치인들은 대선 후보로 성장할 수 없었고, 오히려 눈 밖에 날까 몸을 사리기 일쑤였다. 이 후보가 승리했지만 사당화가 낳은 결과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좋아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후보는 앞으로 대선 본선에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만약 이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면 당과 국회에 이어 행정부까지 장악하게 돼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입법 독주’와 ‘탄핵 폭주’가 그런 우려를 낳게 했다. 게다가 당내에선 그를 견제할 차기 권력도 없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가라앉힐지에 대한 설명과 약속이 뒤따라야 한다. 가령 명실상부한 책임총리 임명, 중립내각 구성에 대한 약속이나 국회와의 협치 및 국민통합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 로드맵도 밝히기 바란다. 그런 측면에서 이 후보가 어제 수락연설 등에서 “허튼 이념 논쟁에 빠지지 않고 실용적 통합의 정부를 만들겠다. 대통령의 제1과제인 국민통합 책임을 확실히 완수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 꼭 그래야 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고,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돼서도 진짜 그렇게 할 것이란 점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