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88세로 서거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이 26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장례 미사는 교황이 잠든 목관을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광장의 야외 제단으로 운구하며 시작돼 찬송, 기도, 성경 강독, 성찬 전례,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는 고별 예식 순서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장례 미사를 집전한 추기경단 학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그는 모든 사람에게 열린 마음을 가진, 대중의 교황이었다”고 말했다. 레 추기경은 또 고인이 이민자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음을 회고하며 “벽이 아닌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는 교황의 말을 강조했다.
장례 미사가 끝난 뒤 교황의 관을 실은 운구차가 천천히 로마 시내를 통과해 약 6㎞ 떨어진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이동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 대부분이 묻힌 성베드로 대성당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로마 중심부의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장지로 택했다.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선 죄수와 노숙자, 난민 등이 교황의 관을 맞이하고 ‘빈자의 성자’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이후 안으로 옮겨져 비공개로 오후 3시쯤 매장됐다. 교황은 과거 촛대 받침을 보관하던 대성당 벽면 안쪽의 움푹 들어간 공간에 안장됐다. 관이 놓이는 위치에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흰 대리석 받침에 ‘프란치스쿠스(Francis cus)’라는 라틴어 교황명만 새겨졌다.
교황청과 이탈리아 정부에 따르면 장례 미사에 25만명, 운구 행렬에 15만명 등 최소 40만명이 교황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장례 미사 전 3일간 진행된 조문에도 25만명 이상이 참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60여개 국가 정상과 160여국 대표단이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주요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장례식은 비공식 외교무대가 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영국 엘리자베스 2 세 여왕 장례식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장례식이자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 이후 바티칸에서 열린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이 파견됐다.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 정순택 대주교 등 한국 천주교 조문단도 참석했다.
후임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는 다음 달 6~11일 사이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BBC는 이번 콘클라베에 135명의 추기경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현대 역사상 가장 큰 콘클라베이자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콘클라베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