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탈중국 바람… ‘세계의 공장’ 타이틀 인도로 옮겨간다

입력 2025-04-28 00:21

‘세계의 공장’ 타이틀이 중국에서 인도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인도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고, 애플은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 물량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메이드 인 인도’로 탈바꿈하는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T.R.B.라자 인도 타밀나두주 산업투자부 장관은 삼성전자가 타밀나두주 첸나이 인근 스리페룸부두르 가전 공장에 100억 루피(약 1686억원)를 투자한다고 지난 25일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직원 2000명 이상이 일하는 해당 공장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노사 갈등이 빈번했다. 지난해 9월에는 근로자들이 급여 인상과 복리후생 개선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파업을 이어갔고, 지난 2월에도 해고에 반발한 직원들이 농성에 나섰다. 인도 현지 언론은 “노사 갈등에도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계속 성장하고자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LG전자는 인도 노이다, 푸네에 이어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세 번째 공장을 짓는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신규 공장의 예상 투자 금액은 500억 루피(약 8430억원)에 달한다. LG전자가 인도 현지에 신규 공장을 추가하는 것은 2006년 이후 약 20년 만이다. 신공장에서는 에어컨, 냉장고 등 주요 생활가전을 생산할 계획이다.

애플은 ‘메이드 인 차이나’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내년 말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연간 6000만대 이상의 아이폰을 인도에서 생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아이폰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는데, 인도에서의 아이폰 생산량을 현재의 배가량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애플은 인도에서 아이폰 전체 생산량의 20%를 만들고 있다. 구글 역시 픽셀 스마트폰 생산 거점을 베트남에서 인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조 기업들이 관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현지 공장 설비 증설과 신규 공장 건설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생산량을 급격하게 줄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