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방의 날” 선언 후 무차별 관세 폭탄… 전 세계 대혼란

입력 2025-04-27 18:3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엄수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한 뒤 전용기 편으로 뉴저지주 뉴어크리버티국제공항에 도착해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가리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정책 중 전 세계를 가장 충격에 빠트린 것은 관세다. 트럼프 한 사람의 관세 고집이 상호 호혜적인 자유무역 질서에 기반을 둔 글로벌 공급망을 하루아침에 교란시켰다. 기존의 자유무역협정을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만들었고, 자고 나면 바뀌는 관세 정책은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백악관에서 ‘해방의 날’을 선언했다. 그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각국의 관세율을 적은 도표를 들고 나와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한국 25%, 유럽연합(EU) 20% 등 57개 경제 주체에 대해 자의적으로 산정한 관세였다. 그 가운데 10%의 기본 관세는 지난 5일 발효됐고, 9일 발효됐던 국가별 추가 관세는 중국을 제외하고 90일간 유예된 상태다.

품목별로도 관세가 쏟아졌다. 지난달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가 부과됐고, 지난 3일에는 자동차에 25% 관세가 발효됐다.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예고돼 있다.

트럼프의 관세는 정책 자체뿐 아니라 롤러코스터 타듯 번복이 거듭된 변덕도 문제였다. 트럼프는 수차례 “예외나 면제는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각종 면제와 유예가 이어졌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미국 경제부터 강타했다.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중국이 즉각 보복에 나서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상호관세 발표 직전 대비 12% 폭락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국 국채마저 투매가 이어졌다. 트럼프가 말한 ‘미국 해방’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된 것이다. 트럼프가 최근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도 시장이 그의 바람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했고,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는 4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관세를 피하기 위한 애플, 소프트뱅크, 현대자동차그룹 등 주요 기업들의 투자 약속은 미국 국내에 국한해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미국 우선주의는 자유무역 질서에 기반을 둔 국제 공급망에는 치명상을 입힌다는 비판을 받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