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삼성SDI가 흥행을 위해 임직원 대상 ‘1년 무이자 대출’을 시행하기로 했다. 유증에 참여하는 삼성SDI 임직원은 우리사주 매입 자금을 회사로부터 1년간 이자 없이 빌릴 수 있다. 최대 대출 한도는 직급과 근속 연수 등에 따라 달라진다. 구체적인 기준은 다음 달 초 확정할 예정이다. 우리사주 청약에 참여하는 임직원은 시장 가격 대비 15% 할인가에 삼성SDI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회사는 전체 물량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고, 나머지 80%를 구주주 및 일반공모에 넘긴다. 약 3456억원어치 신주를 삼성SDI 임직원이 먼저 가져가는 셈이다.
회사가 제시한 ‘당근’에 내부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직원은 27일 “대부분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주식은 거의 없는데 회사에서 공짜로 돈을 빌려준다니 억 단위 투자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사주 물량은 오는 6월 신주 상장 후 보호예수 기간인 1년 동안 팔 수 없다.
현재 업황과 주가는 바닥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때 80만원을 돌파했던 삼성SDI 주가는 지난 25일 기준 18만5100원으로, 52주 최저가(11일·16만6435원)에 근접해 있다. 삼성SDI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분기부터 전기차 시장 반등과 함께 배터리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직원은 “미국발 경기 침체나 새로운 전쟁 같은 초대형 악재가 터져 주식시장이 붕괴하지 않는 이상 현재가 바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SDI 유증은 지난 2023년 1조5000억원 규모의 한화오션 유증 이후 최대다. 삼성SDI는 유증으로 조달하는 자금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설비 투자 등에 쓸 계획이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