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체율 10년래 최고… 자영업 위기 직격탄

입력 2025-04-27 18:50 수정 2025-04-27 22:55
연합뉴스

카드사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취약차주인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이 저하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뒤 석 달 이상 갚지 않아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는 1년 새 30% 가까이 증가했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의 1분기 말 기준 카드대금과 할부금,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한 달 이상 연체 비율이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하나카드의 1분기 말 연체율은 2.15%로 지난해 같은 기간(1.94%)보다 0.21% 포인트 올랐다. 하나카드가 출범한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말 연체율은 1.61%로 모두 10여 년 만에 가장 높았다. 우리카드는 1.87%로 지난해 1분기(1.47%)와 작년 분기(1.44%)보다 각각 0.40% 포인트, 0.43% 포인트 올랐다.

경기 악화로 자영업자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탓으로 분석된다. 계속 높아지는 카드론 대출 금리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기준 9개 카드사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83%로,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 부진과 경제 성장률 둔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특히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평균 소득의 3배를 초과하는 규모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LTI)은 344.5%다. 연 소득의 3.4배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非) 자영업자의 LTI인 220.0%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상당수 자영업자가 대출에 의존해 경기 불황 시기를 버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빌린 돈을 석 달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가 된 개인사업자는 최근 1년 새 30% 급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개인사업자는 13만129명이다. 이는 1년 전(10만8817명)보다 28.8%(3만1312명) 늘어난 수치다. 신용유의자가 되면 신용등급 하락이나 금융거래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자영업자 대출의 질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336만151명 중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171만1688명(50.9%)이었다. 대출이 있는 개인사업자 절반가량이 다중채무자인 셈이다.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2금융권에서만 대출받은 자영업자들이 증가한 것도 문제다. 작년 말 기준 비은행권에서만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는 79만2899명으로 1년 새 7.0% 증가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