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개정안이 6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악의적인 정보공개 청구를 담당 공무원이 자체 종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부당·과도한 정보공개 청구에 쏟는 행정력 낭비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시기는 지난해 10월 31일이다. 개정안은 행안부가 그해 5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악성 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의 일환이었다. 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은 악성 민원으로 인한 피로와 무력감에 담당 공무원들이 자살하는 사례가 계속되자 마련된 것이다.
정보공개 청구의 근거가 되는 정보공개법은 올해로 제정된 지 29년이 됐다. 그 이후 국민의 알권리 및 정보 접근성,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6차례 개정됐다. 최근에는 악성 민원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부당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판단 기준과 종결 처리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은 사회 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하는 경우 정보공개심의회를 거쳐 해당 정보공개 청구를 종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접수된 정보공개 청구와 동일한 내용이 다른 기관에서 이송될 경우 해당 청구를 종결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됐다.
또 개정안은 동일 내용으로 반복되는 청구를 통지 없이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모두 불필요한 행정력·자원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행안부는 해외 사례를 참고했다고 한다. 영국은 정보자유법에 ‘청구가 남용적인 경우 공공기관은 그 청구를 들어줄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 정보접근법에는 ‘감독관의 승인을 받아 악의적이거나 권리를 남용하는 요청은 거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27일 행안부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 제도는 특정 공무원을 괴롭히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 민원인은 지난해 4월 강원 춘천시에 10년 치 인허가 관련 서류 등 57개 항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춘천시는 기간제 근로자까지 채용해 3개월 동안 정보공개를 준비했지만 민원인은 자료를 가져가지도 않았다.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만을 품고 담당 공무원을 표적 삼아 수백 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일은 특별한 일도 아니라고 한다. 2022년에는 한 민원인이 28만5415건의 정보공개 청구를 한 사례도 있었다. 내용을 보면 아예 요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