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할리우드 스타 라이언 레이놀즈가 공동 구단주로 있는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렉섬 AFC가 5부 리그에서 2부 리그까지 세 시즌 연속 승격이라는 기적을 연출했다.
렉섬은 27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 렉섬의 레이스코스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4-2025 리그원(3부 리그) 45라운드 경기에서 찰턴 애슬레틱을 3대 0으로 대파했다. 이 승리로 렉섬은 승점 89점(26승11무8패)을 기록해 남은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2위를 확정, 챔피언십 승격권을 확보했다.
렉섬은 1981-1982시즌 2부 리그에서 강등된 뒤 43년 만에 복귀하게 됐다. 또 잉글랜드 상위 5개 디비전(1~5부)에서 세 시즌 연속 승격을 이룬 최초의 팀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1864년 창단한 렉섬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축구팀이다. 그러나 불과 2년 전까지 세미프로에 해당하는 내셔널리그(5부) 소속이었다. 2022-2023시즌 내셔널리그에서 우승해 리그2(4부)로 승격했고, 2023-2024시즌 리그2에서 준우승해 리그1에 진출했다. 불과 2년 만에 5부에서 2부로 3연속 승격했다.
렉섬의 상승세엔 공동 구단주를 맡은 레이놀즈와 롭 매킬헤니의 투자와 운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레이놀즈는 영화 ‘데드풀’로 한국 영화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배우다. 이들은 2021년 ‘글로벌 강자’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250만 달러에 렉섬을 인수했다. 구단 운영은 취미 생활이 아닌 진지한 도전이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스폰서를 유치하고 선수를 영입하는 등 전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특히, 렉섬은 다큐멘터리 시리즈 ‘웰컴 투 렉섬’(Welcome to Wrexham)을 통해 전 세계적인 인기 구단으로 발돋움했다. 다큐는 렉섬의 역사와 현재를 보여주면서 두 구단주의 구단 운영을 주 내용으로 한다. 다큐 방영 이후 구단 가치도 급상승했다. 2020년 레이놀즈와 매킬헤니가 구단을 넘겨받을 당시만 해도 200만 파운드(약 38억원)에 불과했으나 현재 가치는 1억 파운드(약 1916억원)로 추정된다.
렉섬은 이제 프리미어리그(1부) 진출을 목표로 한다. 이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레이놀즈는 종료 뒤 운동장으로 내려와 선수들과 승격의 기쁨을 나눴다. 그는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5년 전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목표라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이 웃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