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세계 관세전쟁은 현재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폭격으로 전선을 좁혀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고율 관세(145%대 125%)를 주고받으며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다 최근에는 유화적인 메시지도 내고 있다. 미·중 관계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사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트럼프의 대중국 협상 메시지를 두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모두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이 대중국 관세를 조정할 가능성은 낮고, 중국 역시 관세 조정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양국 갈등이 더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이 먼저 대중국 관세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는 미국이 중국의 양보 없이 일방적으로 그런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약함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행정부는 약한 모습을 보이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 완화 발언은 어떻게 봐야 하나.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말로만 안심을 주려는 것이지 실제 행동은 아니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를 강조하지만 시 주석은 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금은 양측 모두 서로와 협상하는 데 큰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미국은 자신들이 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중국은 자신들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양국 모두 서로가 아닌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미·중 사이에 빅딜이 가능하다고 했다. 무역전쟁의 전개를 어떻게 예상하나.
“지금 단계에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협상이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협상이 진행된다 해도 그것이 중국에 더 유리할지, 양측 모두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지, 아니면 미국이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100일 동안 관세 문제에 매달려 왔다. 관세전쟁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당분간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 현재 미국도, 중국도 여러 나라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래서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이 대중국 관세를 조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중국 역시 관세 조정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미·중 갈등이 더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결국 누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나는 관세와 보호무역주의가 일반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미국 경제는 이미 둔화돼 침체 쪽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 경제도 분명히 관세로 둔화되고 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승리하는 쪽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정치적으로 뭔가를 얻는다고 해도 말이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 관계이면서 중국과도 경제적으로 밀접하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국에 조언할 것이 있을까.
“한국이 직면한 선택은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묘사되지만, 내 생각에 진정한 선택은 ‘규칙 기반 질서’와 ‘힘이 지배하는 혼란스러운 질서’ 사이의 선택이다. 한국에 규칙 기반 질서는 매우 유익한 체제였다. 내가 드릴 수 있는 제안은 한국이 규칙 기반 질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미국 쪽으로 기울거나, 혹은 중국 쪽으로 기울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국가가 규칙 기반 질서를 지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협력의 방향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