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졌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여파까지 겹치며 올해 한국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실물 경제는 벼랑 끝에 몰리고 가계와 중소기업·자영업자 부채 연체율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은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의 1분기 순이익은 4조928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8% 급증했다. KB, 신한, 하나금융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최대 이익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들의 호실적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덕에 예금 금리는 빠르게 낮추면서도 정부의 대출 억제책에 편승해 대출 금리는 천천히 내린 때문이다.
은행의 존재 이유는 단순한 수익 창출이 아니다. 그것만을 좇는다면 명동 사채업자와 다를 바 없다. 은행은 자금을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게 해 산업을 살리고, 경제에 숨을 불어넣는 본연의 책무를 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은행들은 서민과 기업이 신음하는 동안 사상 최대 실적 잔치를 벌이며, 마치 딴 나라에서 영업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경영 건전성과 국제 규제 준수는 중요하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실물 경제를 외면하고 이익만 추구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다.
은행권은 연체율 관리와 부실화 대응에 그치지 말고 취약층의 채무부담을 덜어줄 방안 마련과 함께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을 적극 살피는 등 선제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단기 실적 경쟁에 매몰된 나머지 경제 기반 자체를 훼손한다면, 결국 은행 스스로도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교역 둔화와 수출 감소, 내수 부진까지 맞물린 복합 불황 위기를 맞아 빠르게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금융 부실이 고스란히 은행권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카드사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용불량 판정을 받은 개인사업자는 1년 새 29%나 급증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8~10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금융권 전체 부실채권(NPL) 규모는 불과 1년 새 27% 이상 급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위기의 한국 경제에서 은행이 다시 핏줄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