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해결 실패하면
현실로 닥칠 '한국 소멸론'
대학·대기업 집중으로 야기된
지방소멸 극복이 우선적 해법
AI·반도체·IT·BT 혁명 선도할
비전 있는 대선 후보 필요하다
현실로 닥칠 '한국 소멸론'
대학·대기업 집중으로 야기된
지방소멸 극복이 우선적 해법
AI·반도체·IT·BT 혁명 선도할
비전 있는 대선 후보 필요하다
2400만 구독자를 보유한 독일 지식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는 최근 ‘한국은 끝났다’라는 영상을 공개해 전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한국은 2040년쯤부터 급격하게 인구가 줄어들어 경제, 연금, 의료, 교육 등 사회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이런 내용은 인구소멸 담론이 지배한 지난 수년간 한국인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 사살해준 것이다.
‘한국은 끝났다’는 인구소멸, 지방소멸, 한국소멸의 3대 소멸이 구조적으로 이미 정해져 있음을 강조한다. 즉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국은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수년간 한국의 인구소멸에 대해 수많은 전문가들이 원인과 대책을 내놓았지만 한국인은 여기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51명이고 한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OECD 평균과 비교하면 50% 정도다.
다른 OECD 국가와 한국의 저출산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은 개인의 권리와 자아 성취에 대한 강력한 욕구에 의해 여성 노동인구의 증가로 인한 가정과 직장의 이중 부담, 가족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문화, 여성의 교육 신장 등을 들 수 있다. 한국만이 가진 차이점은 장시간 노동, 유교 문화로 인한 혼외 출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 이민에 관한 불관용성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복합적 요인 중에서 인구소멸, 지방소멸, 한국소멸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수도권 인구 집중이다. 인구학의 권위자 조영태 교수는 여러 복합적 요인 중 가장 근저에 깔린 인구소멸의 원인은 수도권 집중이라고 말한다. 가장 고전적인 맬서스의 인구론부터 최근의 생물학적 실험들까지 많은 연구는, 인구 밀도 상승이 아이를 낳는 재생산보다 자신의 생존을 우선시하게 만들어 출산율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은행은 수도권 초집중이 OECD 국가와의 합계출산율 차이의 절반 정도를 설명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곧 OECD 평균 도시 밀집도를 한국이 달성한다면 합계출산율이 0.75명에서 1.1~1.2명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구소멸, 지방소멸, 한국소멸을 막기 위해 가장 집중해야 할 정책은 수도권 분산 정책과 국토균형발전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한국은 끝났다’라는 정해진 미래에 도전장을 내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가령 ‘행정수도 세종시 완성’은 서울 초집중을 막을 수 있는 매우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역부족이다. 왜냐하면 이는 충청권의 성장에 타당하지만 전국의 지방소멸과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초집중은 크게 두 가지 병목을 발생시켜 인구 밀도를 높인다. 하나는 엘리트 대학의 초집중으로 인한 ‘지위 권력의 병목’이다. 한국 청년들은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다. 대학은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기관으로 지위 권력이다.
다른 하나는 ‘창조 권력의 병목’이다. 대기업과 대학은 새로운 경제, 지식, 사회를 만들어내는 창조 권력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정보통신(IT), 생명공학(BT) 산업은 인재를 필요로 하고 인재가 있는 지역에 위치한다.
한국 대기업 86%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코리아포브스가 발표한 한국 50대 AI 기업 중 49개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AI 산업 육성 정책에는 찬성하지만 이는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통령 후보들은 캘리포니아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 모델은 전국에 세계적인 대학들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AI, 반도체, IT, BT 혁명을 일으켜 지식경제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한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끝났다’에 도전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는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태평양 건너 AI 혁명과 반도체 혁명을 일으킨 캘리포니아를 볼 필요가 있다.
1983년 한국에서 반도체 혁명을 일으킨 삼성의 창립자 이병철은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전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를 직접 방문했다. 이병철은 불가능해 보였던 것을 가능하게 만든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비전과 계획을 보여주기 바란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