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 유예 기간인 7월 8일 전까지 통상 합의 타결을 목표로 관세·비관세 장벽을 비롯해 경제안보 등 4개 분야를 묶어 집중 논의하는 이른바 ‘패키지 딜’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양국은 협의 속도를 두고는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6월 3월 대선을 앞둔 한국은 ‘차분한 협의’를 강조한 반면 실질적 성과가 시급한 미국은 다음 주 중에 기술적인 논의를 하자며 ‘속도전’에 방점을 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약 1시간 20분간 ‘2+2 통상 협의’를 진행했다.
최 부총리는 협의 뒤 주미대사관에서 진행된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양국은)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한 ‘7월 패키지(July Package)를 마련할 것과 양측의 관심사인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해 나가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4개 분야 내 구체적인 사안은 양국 부처 간 실무 협의를 통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오늘 회의는 앞으로 할 협의의 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협의 체계는 예를 들어 환율 문제는 양국 재무관이, 나머지 부분은 산업부와 USTR 간 작업반을 만들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달 15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그리어 대표와 추가적인 고위급 협의를 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협상 마감시한에 대해서도 대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 상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측은 한국의 정치일정과 통상 법령, 국회와의 협력 필요성 등 다양한 고려사항이 있음을 설명하고, 미국 측의 이해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를 고려하면 6월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가 합의를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국과 협의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주부터 기술적인 조건에 대한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협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등장이나 방위비 언급과 같은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날 협의에서 일본과 협상 때와 달리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거론하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방위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와 관세 협상을 별도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군은 우리가 논의하는 다른 주제이며, 우리는 군이 (통상) 합의의 대상도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 협상과 방위비를 묶은 ‘원스톱 협상’을 선호해왔던 그가 관세를 두고 우선 성과를 내기 위해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김이현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