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전국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

입력 2025-04-26 00:40

‘기후동행카드’는 지난해 말 서울시민 투표에서 가장 좋은 정책으로 꼽혔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한 달 6만2000원으로 서울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도입 이후 하루 평균 약 64만명이 이용한다. 교통비는 모든 국민이 체감하는 지출 항목이다. 기후동행카드는 단순한 교통 정책이 아닌 교통 복지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서울 경기 인천은 하나의 생활권인데 기후동행카드는 거의 서울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경기도나 인천 등 지방자치단체의 경계를 넘는 순간 할인 적용이 안되는 곳이 나온다. 정부가 나서 조정을 해주면 좋겠는데,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독자적인 K-패스를 출시했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경쟁하듯 각각 ‘The 경기패스’와 ‘I-패스’를 운영 중이다. 통합되기는커녕 4개로 흩어진 것은 행정적·재정적 벽에 가로막힌 탓이다.

게다가 계속 쌓이는 재정 적자는 이 카드들이 지속가능할지 우려스럽게 만든다. 작년 한 해 서울시 기후교통카드 손실금은 약 1741억원. 경기도와 인천은 올해 교통카드 예산으로 121억원과 26억원을 배정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 코레일은 오는 6월 수도권 전철 요금을 150원 인상하기로 했다. 교통비를 아끼려는 시민들이 교통패스를 많이 사고, 그러다보니 지자체에 적자가 쌓이고, 결국 지하철 요금이 인상되는 악순환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 장으로 수도권, 나아가 전국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한 달에 58유로(약 9만45000원)만 내면 전국 대부분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독일티켓’처럼 말이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월 6만원에 전국 어디서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K-원패스’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발지 도착지 상관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카드를 만들겠다는데 반가운 공약이다. 국민은 실생활에 도움되는 정책을 원한다. 더불어민주당도 ‘한 장의 교통카드’를 공약으로 내세우면 좋을 것이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