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4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우리나라가 무역 균형 추구 의지와 조선업 중심 전략적 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도 ‘성공적 양자 회의’라고 언급해 첫 단추를 무난하게 뀄다는 평가다. 향후 실무 논의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대응해 절차상 흠결이 없도록 하고 리스크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관세 협상’ 성격을 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4개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 범위를 좁히는 등 협상의 기본 틀을 마련했고 다음 주부터 실무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8일까지를 협상 데드라인으로 놓고 향후 구체적 논의를 어떻게 할지 정리하는 ‘테이블 세팅’ 성격이 강했던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관세 면제·예외를 설득하는 접근 방식을 취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무역·투자·조선·에너지 등과 관련한 우리의 협력 의지와 비전을 소개했다”며 “한국에 부과된 관세에 대한 면제와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관심사인 무역 불균형 해소와 제조업 부흥을 위해서는 전략적인 산업 협력 파트너인 한국에 상호 관세나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미국 측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회담 후 미·노르웨이 정상회담에 배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이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면서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상황을 설명하며 차기 정부 출범 후인 ‘7월 패키지’ 합의에 무게를 실었고, 미국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미 간 관세 폐지 등을 둘러싼 포괄적 합의는 6·3 대선 이후 새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6일 열렸던 미·일 회담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등장하지 않았고, 미국 측이 방위비 문제를 따로 제기하지 않은 것도 다행스럽다. 그렇지만 앞으로 이어질 실무 논의에서는 각종 비관세 장벽 이슈를 꺼내 들고 우리 측에 양보를 압박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측이 예상 외의 요구를 하더라도 섣부른 결정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협상 지렛대를 잘 활용하되 절차와 내용에서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대응해 오는 6월 출범할 새 정부가 최종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