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방위비는 통상협의 포함 안 돼” 美 “동맹국들 공동의 방어에 더 헌신”

입력 2025-04-25 02:28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이 2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DC 재무부에서 미국 측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세 번째)와 마주 앉아 ‘한·미 2+2 통상협의’를 시작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미 ‘2+2’ 통상 협의가 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렸다. 협의를 위해 미국을 찾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이 유예 중인 25%의 상호관세를 철폐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양국의 관세 협상에서 한국은 방위비 문제가 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 협상 대표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동맹국의 안보 비용을 거론했다. 90일간 유예된 상호관세가 향후 협상 동안 방위비가 돌발 의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측 최상목 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미국 측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워싱턴DC 미 재무부에서 만나 상호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회의는 예정된 1시간보다 더 길어져 총 1시간 20분 가량 더 진행됐다. 백악관과 인접한 재무부 건물에서 회의가 열렸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깜짝 면담은 없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부터)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재무부에서 ‘한·미 2+2 통상협의’를 시작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미 양국이 첫 탐색전을 마친 만큼, 향후 본격적인 상호관세 협상이 예상된다. 안 장관은 전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지금 상호관세 부과가 된 것을 철폐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상호관세는 우리가 (계속) 유예받는 (방향으로 협상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25% 품목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의 경우에는 대미 교역에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신속하게 이 문제는 저희가 풀 수 있도록 협의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 교역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자동차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경우에는 얼마 전 대규모 투자 계획도 발표한 것들이 있는데 저희가 그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협의를 해서 원만하게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문제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선 “저희가 예상한 바”라면서 “우리가 그동안 준비해온 것을 갖고 미국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관세 협의에서 방위비분담금은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2+2 협의 미국 측 대표인 베선트 장관은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연구소 주최 대담 행사에서 “글로벌 경제 관계는 안보 파트너십을 반영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미국이 안보와 열린 시장을 계속 제공하면 동맹국들은 공동의 방어에 대한 더 강한 헌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의 2+2 협의를 직접 겨냥해서 한 발언은 아니지만, 미국 재무장관이 안보에 대한 동맹국의 ‘헌신’을 요구한 것은 미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와 방위비 문제 등을 하나로 묶는 ‘원스톱 쇼핑’을 강조해온 만큼, 향후 상호관세 협의에서 미국 측이 방위비분담금을 돌발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