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마이너스 쇼크(-0.2%)에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2분기 이후 경기 불확실성 우려는 더욱 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통상 갈등은 수출 위주인 한국 경제에 확실한 역풍”이라며 “한국은 미국 관세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다른 국가를 통해서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해소되긴 했지만 6월 조기 대선 이후에야 그 영향에서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저성장 경고음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전후부터 커져 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이날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에서 0.5%로 하향 조정하며 “정책 조정이 향후 성장동력을 제공하겠지만 관세 등 외부 수요의 역풍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0%에서 1.0%로 낮춘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 관세 조치 영향뿐 아니라 지난해 말 이후 한국의 정치 상황 변화도 함께 고려한 결과”라고 했다. 내년 성장 전망을 2.1%에서 1.4%로 낮춘 이유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영향과 소비·투자 위축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2분기 이후 성장률도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에 좌우될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발효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와 지난 3일 발효된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GDP 집계에 반영된다. 실제 지난 1~20일 기준 한국의 대미 수출은 1년 전보다 14.3% 감소한 상태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 국장은 이날 “(1분기 수출 부진은) 관세 영향이 없다 할순 없지만 관세보다는 관련 글로벌 산업 부진이 더 커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한·미 2+2 통상회담’ 결과에 따라 관세 충격이 진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단기간에 결론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도 2분기 후반에야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 올 1분기 내수의 GDP 성장 기여도는 0.6% 포인트로 전 분기(-0.2% 포인트)보다 더 악화됐다. 내수와 직결된 건설투자도 건물건설 중심으로 3.2% 줄며 지난해 2분기(-1.7%)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양준모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소비 침체는 글로벌 무역 불안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대선이 6월 초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내수 회복 신호가 2분기 지표에 반영되긴 어렵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통상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분기 다음에는 반등이 나타나지만 현재는 하방 요인이 더 큰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저성장 쇼크’ 반등 계기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속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준금리 인하 등의 경기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주 실장은 “일단 4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추경이든 금리 인하든 모두 동원해 단기적 부양부터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저성장 쇼크’ 회복을 위한 추경 증액 주장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12조원 규모의 추경은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기에는 새 발의 피”라며 “한은에 따르면 추경 30조원을 집행할 때 경제성장률은 0.9% 포인트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다. 앞서 정부와 한은은 12조원 규모의 추경이 성장률을 0.1% 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규모 못지않게 신속한 추경 집행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이어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정부의 12조원 추경안 중 5%(약 6100억원)가 2분기에 집행될 경우 올해 성장률을 최대 13.7bp(1bp=0.01% 포인트) 증가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정처는 “집행이 신속할수록 올해 성장률 및 GDP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여야 간 정치 공방이 이어지면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며 “빠르게 추경이 통과되지 않으면 투입 시점이 늦어지고 소요 예산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김혜지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