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업계 1위 SBI저축銀 인수 추진

입력 2025-04-25 00:30
연합뉴스

교보생명이 저축은행업계 1위 SBI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한다. 사업 포트폴리오에 저축은행을 추가하면서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경영권 인수를 놓고 모회사인 일본 SBI홀딩스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SBI홀딩스가 가진 지분 30% 가량을 사들인 뒤 20% 이상을 추가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다음 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SBI저축은행 인수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전체 인수 가격은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은행, 카드, 손해보험 등이 없어 다른 금융 지주사와 비교할 때 포트폴리오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저축은행 인수 추진으로 교보생명은 포트폴리오 강화와 동시에 금융지주사 전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과 SBI홀딩스 간 협력 관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기타오 요시타카 SBI그룹 회장은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BI홀딩스는 2007년 교보생명 지분을 약 5%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교보생명과의 협력을 확대해왔다.

지난 3월에는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9.05%를 매입해 풋옵션 분쟁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 최근에는 교보생명의 지분을 20%까지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은행 쪽이, SBI그룹은 보험업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양사 간 협력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SBI저축은행은 업계 1위로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가 14조289억원에 달한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저축은행 업황은 좋지 않지만, SBI저축은행은 예외였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를 반면교사 삼아 PF 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저축은행 업권이 3974억원의 적자를 본 상황에서도 808억원의 흑자를 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SBI홀딩스 측과 협상 중이지만 지분 인수 규모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