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 싱크탱크로 불린 ‘성장과통합’이 출범 후 8일 만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성장과통합 내부에서도 24일 온종일 조직 해체 여부를 두고 제각기 다른 주장이 나오는 등 혼선을 빚었다. 알력 다툼이 빚어낸 촌극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성장과통합은 이날 이현웅 기획운영위원장 명의의 ‘해산 선언문’을 배포했다. 운영위원회 참석자 전원의 합의로 조직 해체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선언문에는 “일부 인사들이 차기 정부 특정 자리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사전선거운동 시비와 민주당 선거대책본부 활동 관련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장과통합이 23일 공지를 통해 조직 재정비·인력 확충 등을 위해 5월 초까지 대외 활동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던 터라 하루 만의 해산 선언은 혼란을 낳았다. 성장과통합은 그간 이 후보의 외곽 싱크탱크로 알려졌다. 30개가 넘는 분과에 교수·전직 관료 500여명이 참여했고, 조력 인원까지 더해 3000여명에 달한다는 ‘매머드 조직’이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성장과통합 유종일·허민 상임공동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해체 보도자료는 인지하지 못한 내용”이라며 “발전적 해체 주장이 나왔지만 최종 결의된 바 없는데, 두 대표 의사에 반해 보도자료를 낸 의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당직자 출신이 해산을 선언하자 전문가그룹이 나서서 반박한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정권에 정책을 제공하려는 조직 내부, 혹은 조직 간 ‘자리다툼’이 이런 난맥상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성장과통합 측 내부 논의 단계의 내용이 이 후보 공식 정책인 것처럼 외부에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후보 경선 캠프에 참여한 일부 인사가 차기 정부의 요직을 맡을 거란 소문이 도는 일도 있었다. 성장과통합이 운영 비용 등을 명목으로 회비·기부금 납부를 요청한 것을 두고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채널인 정책위원회가 아닌 곳을 통해 설익은 정책이 보도되는 것에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이 후보 캠프에서도 자제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장과통합 측은 이 후보의 한 측근을 이번 일의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성장과통합 관계자는 “이 후보 측근 인사가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자 해체를 공작한 것”이라며 “차기 정부 인사에 대해 성장과통합은 일언반구 한 적도 없는데, 정치권에서 마타도어로 배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새만금에서 재생에너지 간담회를 진행한 뒤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소인 광주 전일빌딩을 찾아 5·18 유족 등을 만났다. 또 인공지능(AI) 에너지 산업과 농생명을 결합한 ‘호남권 메가시티’ 설립, 전남·전북 국립의대 설립 등 호남 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번 경선 일정 중 유일하게 2박3일 ‘숙박 유세’를 소화하며 호남 표심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동환 김승연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