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길을 배웅하려는 인파가 시신이 안치된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운집했다. 대기 행렬이 10만명을 넘어 교황청은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성당 문을 닫지 못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이 생전 거처였던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진 후 일반 신자 조문이 시작됐다. 붉은색 제의와 주교관을 착용한 교황은 손에 묵주를 쥐고 관에 누운 상태로 공개됐다. 특히 과거 교황들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은 높은 관대가 아닌 신도와 마주 볼 수 있도록 낮은 받침대 위에 놓였다.
조문 시작 후 8시간30분 동안 약 2만명이 교황에게 경의를 표했다. 성당에 입장하려는 추모 행렬은 계속 늘어 1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교황청은 당초 밤 12시까지 받으려던 조문을 24일 오전 5시30분까지 받았다. 일반 신자 조문은 24일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25일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된다.
이어 26일 오전 10시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엄수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을 비롯해 25만명 이상이 광장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탈리아와 바티칸 당국은 검문·방공체계 등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장례식 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본인 유언에 따라 로마의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지하에 안장될 예정이다.
후임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는 다음 달 5~10일 사이에 시작된다. 차기 교황에 대한 선거권 및 피선거권은 80세 미만 추기경들에게 주어진다. 이 중 건강상 이유로 불참을 선언한 2명을 제외한 133명이 콘클라베에 참석할 전망이다.
새 교황 선출을 두고 보수파와 개혁파 간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파 대표 인사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각종 개혁에 반발해온 독일의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은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정통파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가톨릭교회가 갈라질 수 있다”며 “매일 언론 반응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이단적인 교황이 선출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기 교황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겸 추기경은 AP에 “콘클라베가 일찍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도기에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차기 교황이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주님에겐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고 답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