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형 계절 근로자 없인 사과 농사 못 지어요

입력 2025-04-25 00:31
지난달 라오스에서 입국한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이 23일 경북 김천 아포읍 사과농과에서 사과꽃을 솎아내는 ‘적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방문한 경북 김천 아포읍 소재 사과농장에서는 22명의 20~30대 일꾼들이 여름 사과인 ‘썸머프린스’ 적화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작업을 진행하는 이들의 국적은 라오스로, 이들은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입국한 후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이다. 김천시가 현지에서 직접 면접을 본 후 뽑았다.

사과꽃을 솎아내는 적화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4월에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은 단비 같은 존재다. 적화를 해야만 열매인 사과의 당도가 올라가고 알도 굵어져 수익으로 직결되지만 꽃이 지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아 사과농가에서 적기에 노동력을 투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고령화가 심화되는 농촌 상황을 감안하면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이 있어 그나마 작업을 늦지 않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김천시에 온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은 100명으로 8개월간 김천시 농업 현장을 책임질 예정이다. 유주희 김천시 농업기술센터 농업인력지원팀장은 “올해로 3년째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운영하고 있다”며 “매년 현지에 가서 면접을 보고 뽑는데 과수가 주산물이다 보니 키를 최우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자는 적재적소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농가가 김천시 농업기술센터에 인력 공급을 요청하면 매일 인력이 수요처로 배치된다. 이번 주는 사과 적화 작업을 주로 진행하지만 곧 포도농가로 일손이 대거 투입될 예정이다. 농가는 그날 일당만큼만 농협에 지급하면 된다. 운영 기관인 지자체 입장에선 인건비 예산이 별도로 들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손을 사용하는 농가의 만족도가 높다. 김천시에서 3.3㏊ 규모 사과밭을 경영 중인 신동규(43)씨는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면 다른 데서 돈을 더 준다고 떠나는 통에 너무 힘들었다”며 “공공형 계절근로자는 그런 일이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1.2㏊ 정도 사과농사를 짓는 이성출(52)씨도 “농촌에 사람이 없는데 인력 조달이 되니 더없이 좋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이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올해 두 번째 한국을 방문한 라오스인 키토 빌라봉사(26)씨는 “내년에도 오고 싶다”고 말했다. 벌써 3년차 베테랑인 야 바두아(32)씨는 “한국에서 일을 해 땅과 소 25마리를 샀다”고 말했다. 아이가 4명인 그는 “올해는 10마리 더 늘리고 집도 짓고 싶다”고 덧붙였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작업일 기준 25만명 규모였던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올해는 30만명으로 20%(5만명) 더 늘렸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기숙사도 2027년까지 30곳 더 지을 예정이다. 유 팀장은 “공공형 계절근로자가 없으면 농사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고 전했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정부도 농가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 인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글·사진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