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국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마친 직후 본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 권한대행을 향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기 바란다”며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내면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석 앞으로 나가 거세게 항의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박수를 치며 우 의장 발언에 호응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12조2000억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시정연설은 46년 만의 일이다. 한 권한대행은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에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시정연설 전부터 “국회에 온 김에 불출마 선언을 하라”며 한 권한대행을 겨눴다. 대선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이었다. 한 권한대행 연설이 시작되기 직전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전원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다만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약 18분간 연설하는 동안 고성이나 야유 없이 지켜봤다. 일종의 ‘무시 전략’으로 보였다.
그런데 우 의장은 한 권한대행이 연설을 마치고 연단을 떠나려는 순간 “잠시 자리에 앉아계시죠”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권한대행께서는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의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야유를 보냈고,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의장석 앞으로 나가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 의장) 멋집니다” 등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한 권한대행은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우 의장의 말을 들었다. 발언이 끝난 뒤에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총리실 측은 국회에 도착한 뒤에야 우 의장의 별도 발언이 있을 거란 통보를 받았으며, 한 권한대행은 “의장님이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시라고 하라. 듣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권한대행은 이후 아무런 말 없이 본회의장을 나섰다. 그는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다들 고생 많으십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국회를 떠났다. 민주당은 이후에도 논평 등을 통해 “대권 놀음을 그만두라”며 온종일 한 권한대행을 향해 공세를 폈다.
박민지 성윤수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