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배려하고 기다려줄 때 진정한 공동체로 성장

입력 2025-04-25 03:02
휠체어를 탄 대원들을 포함한 둥지교회 성가대가 지난 20일 대구 달서구 교회 예배당에서 찬양하고 있다.

부활주일이었던 지난 20일. 대구 달서구 대구지하철 성서산업단지역 인근 한 상가의 5층에 있는 둥지교회(신경희 목사) 예배당 입구에 전동휠체어 등을 탄 장애인 성도들이 예배당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예배당엔 이미 180여명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70%가 지체장애인이거나 발달장애인이었다.

교회엔 휠체어 전용 공간을 비롯해 점자 성경과 찬송가, 경사로 등이 갖춰져 있었다. 예배 도중 자폐 아동이 갑자기 강단에 올라가거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도 제지하지 않았다. 둥지교회의 특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 목회’다. 예배에선 모두가 순서자로 나선다. 이날 봉헌 시간에는 중증 지체장애인인 정가영 박태원 집사 부부가 특송을 했다. 결혼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함께 예배 드리는 교회’라는 말은 표어가 아닌 매주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신경희 목사는 “장애인 부서가 따로 있는 교회도 있지만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면 장애인 성도들이 교회 안에서 고립되기 십상”이라며 “진정한 통합을 위해선 목회자와 교회 리더십의 인식 변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공간에서 함께 신앙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데도 이런 통합 예배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게 현장의 경험이다.

경기도 성남 주신교회(황성재 목사)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목회자가 개척했다. 예배당은 평일에는 발달장애심리센터로,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쓰인다. 교회는 예배뿐 아니라 발달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돌봄 사역과 인식개선 교육, 가정을 살리는 상담 사역을 펼친다. 자녀를 돌보느라 예배 참석이 어려운 부모들을 위해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온라인 예배도 진행한다. 황성재 목사는 “교회는 서로를 배려하고 기다리는 태도 속에서 진정한 공동체로 자랄 수 있다”며 “적어도 우리 교회에서 장애인은 ‘장애인(長愛人)’으로 이해되는데, 오래도록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영락농인교회(김용익 목사) 예배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농인들의 예배로 말을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교회 예배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참여한다. 영락농인교회 예배는 찬양과 기도가 모두 손짓과 몸짓으로 드려진다. 농인인 김용익 목사가 수어로 설교하면 비장애인 성도를 위해 이영경 사모가 통역한다. 예배당 뒤편에는 시청각장애인(농맹인)을 위한 일대일 촉수화 통역 공간도 마련돼 있다. 김용익 목사는 “농인들은 언어의 장벽으로 철저히 고립된 소수 언어 집단”이라며 “수어로 드리는 예배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늘 소외된 농인들이 수어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위로받고 회복되길 소망한다”며 “농인과 농맹인 모두 하나님 앞에선 똑같이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교회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대구=글·사진 김수연 기자, 유경진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