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불황 속 금호화학 ‘나홀로’ 흑자

입력 2025-04-25 00:32

국내 석유화학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주요 업체 중 유일하게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순수 나프타 분해설비(NCC) 중심의 석화업체들이 중국발 공급 과잉에 고전하는 것과 달리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가는 금호석유화학의 1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 것이란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전날 한국투자증권은 금호석유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860억원으로 시장 평균 기대치를 12%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도 최근 금호석유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을 863억원으로 전망했다.

다른 주요 석화업체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날 발표된 한화솔루션의 1분기 케미칼 부문 영업손실은 912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1300억~14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LG화학은 25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와 달리 흑자전환이 예상되지만, 이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개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석유화학 부문은 여전히 부진에 빠져있다.

금호석유화학의 ‘나홀로 고공행진’은 주력인 합성고무 사업 덕분이다. 라텍스 장갑의 원료로 사용되는 NB라텍스를 포함한 합성고무 사업 부문은 금호석유화학 매출의 58%를 차지하는데, 최근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주요 석화업체들이 생산하는 기초유분과 합성수지 등 제품들은 2020년부터 대규모 증설 사이클이 이어진 반면 합성고무의 대규모 증설은 5~10년가량 빠르게 이뤄졌다. 공급 과잉이 그만큼 빨리 해소됐다는 뜻이다. 최근 5년 동안 NB라텍스 총생산 능력이 210만t에서 351만t으로 67% 급증했지만 올해부터는 설비 폐쇄 등으로 공급 과잉이 끝나가는 추세다. 특히 올해 글로벌 수요는 218만t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산 라텍스 장갑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이외의 공급처를 찾는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1월부터 중국산 의료용 고무장갑에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내년부터는 100%로 인상할 예정이다.

최고운 한투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관세 분쟁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졌고, 금호석유화학 역시 수요 감소 가능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도 “순수 NCC 업체 대비 합성고무 체인의 차별성은 오히려 더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