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대 연다더니…” 트럼프노믹스에 등돌리는 미국 민심

입력 2025-04-24 18:58
미국 텍사스주 벨빌의 ‘트럼프 버거’ 레스토랑에서 지난 19일(현지시간) 선보인 버거 세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체와 무관한 이 체인점에서 패티 2장을 넣은 ‘트럼프 타워버거’는 16.99달러에 판매되는 반면 메뉴판에만 존재하는 ‘바이든 버거’는 50.99달러에 달한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등 경제 정책에 미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 정책 지지도는 트럼프 집권 1, 2기를 통틀어 최저치를 기록했고 소비자 경제 전망은 2001년 이후 최악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성인 4306명을 대상으로 지난 16~21일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2% 포인트)에서 응답자의 37%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로 집계됐다.

트럼프가 지난 1월 취임한 직후 실시된 조사에서 42%의 지지를 얻었던 것에 비하면 5%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로이터 조사 기준으로는 집권 1기를 포함해 최저치다. 트럼프는 1기 때 경제 운용에서 40%대 중반~50%대 중반의 지지를 얻었다.

로이터는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미국 경제를 부양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대통령으로 뽑았지만 취임 100일이 다가오면서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응답자들의 우려는 경제 문제에 집중됐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응답자는 87%, 생활비를 우려하는 응답자는 86%에 달했다. 트럼프의 정책으로 ‘은퇴 뒤에 편안하게 살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응답은 52%로 ‘아니다’(31%)를 압도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의 제임스 페토쿠키스 선임연구원은 “황금시대를 약속한 대통령이 있다. 하지만 올라가야 할 모든 것이 내려가고, 내려가야 할 모든 것이 올라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1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의 경제 전망이 비관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자들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응답이 53%로, 개선되고 있다는 응답(38%)을 15% 포인트나 앞섰다. 갤럽은 “소비자들의 재정 상황에 대한 전망은 2001년 이 지표를 추적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향후 6개월간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29%에 그쳤고, 58%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취임 직후인 1월 말 조사에서 61%가 상승, 18%가 하락을 예상한 것과 정반대 조사 결과다. 경제 성장에 대해 낙관하는 비율도 트럼프 취임 직후 53%에서 38%로 뚝 떨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갤럽 조사와 관련해 “미국인들은 현재 상황이 매우 나쁘다고 압도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정치적 중도층이 이 문제에 대해 트럼프를 버린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뉴욕주를 비롯한 미국 내 12개 주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위법하다며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개 주는 연방국제통상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트럼프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권한 없이 관세를 부과했고, 이로 인해 미국 경제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