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우주망원경 빛 봤다… ‘슈퍼지구’ 관측 성공

입력 2025-04-25 03:01
칠레 코킴보주 CTIO 천문대에 설치된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 탐색 시스템(KMTNet) 관측소 전경. 우주항공청 제공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슈퍼지구’라 불리는 외계행성 관측에 성공했다. 천문연이 2009년부터 개발한 한국형 우주망원경 시스템이 연구 성과를 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국제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게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24일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천문연 등 국제 연구진은 최근 외계행성 ‘OGLE-2016-BLG-0007Lb’ 관측에 성공했다. 이 행성은 지구 질량의 1.3배에 해당하는 슈퍼지구 행성이다. 슈퍼지구 행성은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뤄져 있으면서도 질량은 지구의 1~10배 사이인 행성을 뜻한다. 태양 질량의 0.6배에 해당하는 모성으로부터 약 15억㎞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지구로부터는 1만4000광년 거리에 있다. 또 이 행성은 지금까지 발견된 슈퍼지구 중 가장 작은 질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모성과 행성 사이 거리가 가장 멀다. 공전 주기가 약 40년으로 추정되는 ‘장주기 슈퍼지구’다.

이번 연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우선 기존 관측 시스템으로는 발견이 어려웠던 장주기 슈퍼지구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관측 결과를 기반으로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 등이 포함된 ‘장주기 외계행성 표본’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 학계에서는 지구형 행성이 목성형 행성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목성형 행성만 발견됐다. 연구진의 이번 발견이 기존에 과학계를 혼란스럽게 했던 이론과 실제 관측 사이 불일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국제 연구진이 한국형 우주 관측 시스템을 사용해 이번 연구를 성공시켰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연구에 사용된 천문연의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은 미시중력렌즈 방법을 사용해 장주기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데 특화된 시스템이다. 호주·칠레·남아공에 설치돼 24시간 연속 관측을 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KMTNet이 이용하는 미시중력렌즈 방법으로 발견된 외계행성이 전 세계적으로 300개 남짓인데 이 중 227개가 KMTNet 가동 이후 발견됐다. 천문연이 2009년 개발하기 시작한 우주망원경 시스템이 십수년에 걸쳐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우리나라가 개발하고 운영 중인 KMTNet의 우수한 성능 덕분에 미시중력렌즈 방법을 통한 외계행성 발견을 선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장비를 활용한 꾸준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은 오는 25일 사이언스지에 게재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